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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기증 미술품만 800점…미술관 품격 위한 일”

부산공간화랑 대표이자 화가인 신옥진 씨

  • 국제신문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9-01-08 20:11:53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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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출신에 시인 활동 경력
- 해외 미술관 전시회 보다가
- 작품 기증의 중요성 깨달아
- 최근 62점 시립미술관 보내

- “좋은 작품은 예술가 자양분
- 창작 활동도 계속 매진할 것”

신옥진(71) 부산공간화랑대표가 최근 부산시립미술관에 자신의 미술품 62점을 기증했다. 1975년 4월 부산 광복동에 화랑을 연 지 44년째인 올해에는 기증도 마무리된다. 1998년부터 미술품 기증을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부산시립미술관(438점), 밀양시립박물관(115점), 서울대미술관(64점), 국립현대미술관(30여 점)을 비롯해 경남도립미술관, 제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전혁림미술관 등에 800여 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8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공간화랑에서 만난 신 대표는 “나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간이 바로 미술품 기증이었다”며 감회를 전했다.

   
신옥진 부산공간화랑대표가 부산 경남 등지 전시관에 미술품 기증을 활발하게 이어온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신문기자 출신인 신 대표는 고향 부산에서 화랑을 운영하면서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장, 부산화랑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화가이자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75년부터 화랑업에 종사해 40년 넘는 시간을 미술 작품 수집에 매달린 셈이다.

그는 1980년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미술관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미술품 기증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유명한 미술관에 가면 작품마다 기증자 이름이 함께 붙어 있는 것을 봤습니다. 미술관 소장품의 구성을 더욱 알차게, 미술사적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발판이 기증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특히 이번 시립미술관 기증에서는 부산 작가들 작품을 좀 더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름대로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증 작품 중에는 한국 근현대 전통회화를 대표하는 소정 변관식 화백의 ‘오륙도 풍경’이 눈에 띈다. 한국화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기 성찰을 해 독자적인 화법을 구축한 청초 이석우 화백의 ‘송도 풍경’도 포함돼 있다. 두 작품은 부산의 과거 모습을 그린 유명 작가의 노작(勞作)으로 관심을 끈다.

양달석 화백의 유화작품 ‘소녀’ 역시 수작으로 꼽힌다. ‘소와 목동의 화가’로 불리는 양 화백의 작품은 근현대 부산과 20세기 한국의 트라우마를 담고 있는 ‘역사의 기억’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측은 소장품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절차인 기증심의 과정에서 심의위원들로부터 ‘가치 있고 수준 높은 작품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신 대표에게 기증 행위는 어떤 의미일까. “처음 기증을 결심했을 때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위 ‘착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횟수가 거듭되면서 나름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이어졌고 기증 내용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기증을 계속하게 됐습니다.”

그는 기증을 여러 번 해도 할 때마다 어렵다고 했다. “기증 행위를 선행 자체보다 의혹의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일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주위 사람에게는 기증을 권하지 않았습니다. 화랑 건물 짓는 것을 포기하고 재산이나 다름없는 미술품을 기증하는 것인데 그런 시선이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주변의 엇갈린 시선 속에서 기증 행위는 자기 통찰이자 자기 수행의 길과 같습니다.”
지역 문화예술계에 시인, 화가로도 잘 알려진 그는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임에도 여전히 창작열이 뜨겁다. “예술 세계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지난해 다섯 번째 시집 ‘혹시 시인이십니까’(작가마을)를 출간하고 도자화 전시를 열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좋은 작품을 접하고 우수한 작가들의 작업실을 자주 방문하는 저는 예술가로 성장하는 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화랑업보다 창작에 좀 더 매진할 계획입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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