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복 업체도 힘든 불황 속
- 고급화 전략으로 활황 누려
- “더 많은 이들 재단 배우도록
- 양복학개론 같은 책 만들 것”

부산 원도심에서 문을 열어 고급 수제 양복과 유니폼 제작으로 명맥을 이어온 국정사가 개업 71주년을 맞았다. 청년 시절 일거리를 찾아 제주에서 혈혈단신 부산으로 흘러든 양창선(71) 명장이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워 인수한 국정사. 2010년 중구 광복로에서 해운대로 자리를 옮긴 국정사는 양 명장의 아들 양필석(39) 씨가 가업을 이어 전국에서도 드문 ‘100년 가게’의 지위를 넘본다. 아들 양 씨로부터 국정사의 장수 비결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었다.

	부산 양복 명가인 국정사의 양창선(왼쪽) 양필석 부자. 서정빈 기자

“제가 어릴 때 부산 경남에 있는 부대의 군복 제작은 국정사가 도맡다시피 했어요. 그걸 보면서 ‘언젠가 아버지가 만든 것보다 뛰어난 유니폼을 만들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꿨습니다.” 어린 시절의 양 씨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늘 바쁜 모습이었다.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레 옷 짓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양 씨. 그는 제작된 양복을 배달하는 일로 20살 때 국정사 일을 시작했다. 양 씨는 “부산 소재 방위산업체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말마다 아버지에게 양복 짓는 일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디자인학교에서 시각디자인과 패션디자인을 전공했고, 2005년 ㈔한국맞춤양복협회가 연 맞춤양복 경진대회에 나가 우수상을 타는 등 실력을 쌓았다. 현재 경영지원팀장으로 사업에 젊은 감각을 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성복이 보편화되고, 국정사 역사에 못잖은 양복점들도 영업난을 호소하는 상황. 이곳 사정을 물었더니 ‘활황’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양 씨는 “고급화 전략이 오히려 진짜 좋은 옷을 찾는 고객에게 통한다. 한 달에 손님이 약 20명인데, 기장 0.2㎜가 틀어진 걸 몸으로 느낄 정도로 옷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이들이다. 긴 세월 축적된 섬세한 기술로 요구를 맞춰내면 이들은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정사 양복은 한 벌에 100만 원 후반~200만 원 중반대. 국정사 부자에 따르면 이곳 고객은 정·재계 인사를 비롯해 ‘좋은 옷’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이들이다.

하지만 차세대 주자인 양 씨는 양복과 유니폼 제작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학부에 이어 교육대학원에서도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관심을 두는 분야는 교육이다. 그는 “양복 짓는 일은 도제식으로 전수되고 이렇다 할 입문 교재가 없다. 현재 국정사에는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포함해 8명의 장인과 축적된 기술이 있다. 이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서 앞으로 ‘양복학개론’류의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는 아카데미 형태로 수제 양복 제작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정사는 1946년 당시 조선인 첫 재단사 출신인 고 김필곤 씨가 동구 범일동 조선방직 인근에 차린 ‘태양피복사’에서부터 명맥이 이어져 왔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