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칠레 남극협력 센터 열고
- 생태계·생명과학 공동 연구
- “남극은 과학적 난제 풀 열쇠
- 전 세계가 한국 연구에 관심
- 인적 교류 등 협력 강화해야”

한국은 남구 연구 분야에서 칠레와 우호적 관계를 이어왔다. 칠레 푼타아레나스는 남극으로 들어서는 5개 관문도시 중 위도상 가장 남쪽에 있으며, 칠레 남극연구소(INACH)가 자리했다. 양국은 2016년 이 연구소에 ‘남극협력센터’를 개소했으며, 이전부터 남극 연구 및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육상생태계, 생명과학 분야 공동연구를 수행해왔다.

남극연구소 호세 레타말레스 전 소장은 “환경 문제가 대두되는 지금 남극 연구는 기후가 인류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수현 선임기자

세종과학기지 출입에도 칠레 공군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푼타아레나스 남극연구소 호세 레타말레스 전 소장(마젤란대학 교수)이 해양수산부와 외교부 주최로 열린 ‘북극협력주간’에 초청받아 부산을 방문했다. 레타말레스 전 소장은 이번 행사에서 남극 연구 전초기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칠레 정부가 어떤 전략과 방침을 지녔는지 강의했다. 그를 만나 남극 관련 현안과 ‘동북아 극지허브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이 나아갈 바를 물었다.

“칠레 남극연구소는 1963년 설립됐습니다. 인류의 마지막 미개척지인 남극의 환경과 자원을 연구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그는 2003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이 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했고, 지금도 칠레 남극 분야 자문을 맡고 있는 극지 전문가다. 레타말레스 전 소장은 과학·환경과 관련한 남극 연구의 가치를 강조했다. “남극은 얼음 덩어리가 아닌 대륙이며, 기후적으로 최저점과 최고점의 기온 차이가 100도에 이른다. 인간에게는 가혹하지만, 이런 환경 때문에 무궁무진한 미생물이 서식한다. 이를 활용하면 난제로 남은 과학적 질문의 답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기온이 계속 오르면 해수면이 상승하고, 부산 등 해안가 도시는 불행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남극 연구는 이 같은 변화가 인류에게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극 관문 도시 푼타아레나스를 낀 칠레는 연구를 위해 세계 각국이 남극으로 진출하는 데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남극에는 한국을 포함한 23개국이 진출했으며 43곳의 월동 가능 연구소가 자리했다. 하지만 칠레의 남극 연구 협조는 ‘환경 보전’이라는 강경한 대원칙 아래 작용한다. 레타말레스 전 소장은 “1980년대에는 남극을 개발하고 그 자원을 활용하자는 논의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1991년 남극 환경보호 규정을 골자로 하는 마드리드 의정서가 체결됐고, 이후 보존을 강조하는 남극 활용 연구 방향이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푼타아레나스 이외에도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호주 호바타 등지가 남극 관문 도시로 꼽힌다.

레타말레스 전 소장은 한국이 극지 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데다, 세종과학기지를 갖추는 등 극지 연구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세계의 많은 남극 연구자가 한국의 연구에 궁금증을 느낀다. 부산이 북극협력주간처럼 극지 관련 콘퍼런스를 마련하고 이들을 초청한다면, 극지허브도시로 나아가는 데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