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 활동경험 바탕으로
- 지역 정책의 방향 제시할 것
- 복지서비스 공공성 강화하고
- 소득중심 사회보장체제 짜야”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 참여하다 보니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와 달리 예산 대안과 제도적 가능성까지 생각해야 해 더 신중해집니다.”

유동철 신임 부산복지개발원장이 취임 소감과 임기 동안 실현하고픈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 부산진구 부산복지개발원 유동철(51) 신임 원장이 취임 소감을 전했다. 유 원장은 지난달 5일 임기 3년인 부산복지개발원장으로 취임(국제신문 지난달 7일 자 18면 보도)했다. 부산복지개발원은 부산시 사회복지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사회복지 서비스를 증진하는 연구를 하려고 2006년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유 원장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부터 동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있으며 2009년부터 사회복지연대 공동대표, 2014년부터 시민이 운영하는 복지법인 우리마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그가 사회복지 정책 입안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관장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론적인 틀만 제안한다고 정책이 시행되진 않습니다. 이론을 실현할 방법으로 시민단체를 택했죠. 그러나 시민단체도 한계가 있었어요. 정책 입안·집행자를 환기하는 역할은 하지만 실제로 정책이 실현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직접 정책을 입안해 시행되는 과정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그동안 외부에서 본 부산복지개발원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제는 ‘내부자’이지만 지금까지 누구보다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평가했을 테다. 유 원장은 “부산복지개발원은 시에서 필요한 정책을 뒷받침해야 하는 역할도 있지만, 복지정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할 임무가 있다. 그동안 방향 제시에 소극적이었다는 게 아쉬웠다. 앞으로 전문성과 현장성을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정책으로 묶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유 원장이 임기 동안 가장 중점을 두는 정책은 부산형 사회서비스원과 기본소득 정책이다. 사회서비스원은 민영화된 복지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기관으로 보육·돌봄·노인 요양·장애인 활동 지원 등을 광역단위에서 직접 제공한다. 내년 시 예산안에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위한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시의 실행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원장은 “우선 개발원 내에 사회서비스원 추진단을 만들어야 한다. 시로부터 관련 예산을 내년 추경에 반영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민간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양쪽의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기획하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욱 활성화되면 일자리 중심 사회보장체제는 한계에 부딪힌다. 소득중심 사회보장체제로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 대안이 ‘부산형 기본소득제’다.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국세와 지방세의 불균형으로 지방정부에는 돈이 없습니다. 법정 화폐 없이도 기본소득을 시행하는 방안이 대안 화폐인 ‘지역 화폐’입니다. 부산형 기본소득제가 실행 가능하도록 구체적으로 디자인하는 데 3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유 원장은 ‘커뮤니티 케어’에도 관심이 높다. 살던 집에서 이웃과 교류를 유지하며 사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는 “현재 사회 서비스는 시설 중심이거나 분절된 기관들이 제공한다. 반면 커뮤니티 케어는 지역의 모든 자원을 유기적으로 엮어 작동한다.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발굴하고 재배치시키는 힘이 바로 지방정부”라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2011~2013년 부산참여연대 공동대표, 2015~2017년 부산을 바꾸는 시민의 힘 민들레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