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매체서 왕성한 활동
- 만능 해결책 ‘정답’은 없어
- 타인 평가에 목매지 말고
- 있는 그대로 자신 인정해야

“선생님은 누구고, 왜 사시죠?” 다소 도발적인 질문이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대개 누군가의 자녀나 부모, 어딘가에 소속된 직장인으로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고 답한다. “타인이나 회사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건 슬픈 일입니다. 행복하기 위해 산다는 건,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고요.”

부산교대에서 강연하는 심리학자 황상민 박사. 김종진 기자

지난 28일 부산교육대학교 참빛관 2층 소극장에서 열린 황상민 심리학 박사의 ‘나만 이상한 줄 알았더니’ 강연은 이 같은 질문과 답변으로 시작됐다. 라디오와 팟캐스트 진행, 심리연구소장 등 왕성한 활동으로 무수한 내담자를 상대해온 그는 “‘행복해지려고 산다’는 최근 10년 사이에 부쩍 많이 나오는 답변이다. 그 이전엔 ‘안정적이고 평범한 삶을 지향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런 답을 들으면 그들이 말하는 ‘행복’이나 ‘평범함’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어떻게 살고 어떤 목표를 추구할지 알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건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다. 특히 한국인은 내가 누구이고 문제가 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정답을 정해놓고 그걸 맹목적으로 좇으면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으면 고민은 사라질까. 그는 교사를 예로 들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내담자 중 교사도 많다. 오랜 세월 교단에 선 이들이 ‘내가 이 직업을 계속해도 될까’하는 의문을 품고 찾아온다. 대개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부모나 타인의 요구에 맞춰 교사가 된 이들”이라는 게 황 박사의 설명이다.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과 가장 낮은 출산율,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이는 개인이 자기의 삶과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사회적 문제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해결책은 없을까. 황 박사는 자신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황 박사는 “심리학에서는 소속 집단이나 타인과의 관계 이외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내는 것을 ‘성격’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황 박사가 연구와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고안한 WPI(Whang’s Personality Inventory) 성격 진단법은 ‘자기 평가’에서 사람의 성격을 ‘리얼리스트’ ‘로맨티스트’ ‘휴머니스트’ ‘아이디얼리스트’ ‘에이전트’ 등 5가지로 규정한다. ‘타인 평가’에서도 ‘관계’ ‘믿음’ ‘매뉴얼’ ‘셀프’ ‘향유’ 등 5가지 항목이 있다. 황 박사는 “항목별로 특성이 있다. 그런데 자기 평가와 타인 평가에서 서로 다른 성질의 특성이 강하게 충돌하면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가령 감성·회의적이고 예민한 성격의 사람이 창의적인 직업을 가졌는데, 그가 규범과 틀에 집착하고 ‘자기 인정’에 인색하다면 스트레스가 극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착하다’는 평가는 스스로 본모습을 부정하면서, 타인의 요구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건 자칫 ‘자기 학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라”고 조언했다.

황 박사는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황상민 심리연구소’ 코칭 소장직을 맡아 활동하고 있으며 ‘마음 읽기’ ‘나란 인간’ 등 저서를 냈다. 이 강연은 교직원과 재학생의 상담 능력 향상을 위해 부산교대가 마련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