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챔피언스리그 우승 3회
- 미국 진출한 첫 한인 레이서
- 인디 라이츠 최종전서 10위
- “부산 해변도로서 대회 열면
- 세계적으로 큰 홍보 될 것”

2016년 9월 미국 몬트레이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 대회 ‘인디 라이츠’의 최종전. ‘Dynamic Busan’ 로고가 새겨진 77번 경주차를 탄 운전자의 헬멧에는 태극기가 선명했다. 이 차를 몬 레이서는 2007년 한국인 처음으로 미국 프로 카레이싱 무대에 진출해 지금까지도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활약 중인 최해민(34) 선수였다. 최 선수가 여러 차례 출전한 인디 라이츠는 북미지역의 ‘포뮬러원(F1)’으로 불리는 ‘인디카 시리즈’의 하부리그 격인 대회다. 최 선수는 “인디카 시리즈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수가 저 혼자이다 보니 부담감도 있지만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다는 자부심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로 미국 레이싱 리그에 진출한 최해민 선수가 앞으로의 선수 생활 포부를 밝히며 인디카 레이스의 매력을 설명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앞서 국내 챔피언리그에서 3번이나 우승한 그는 2007년 미국으로 진출해 ‘프로 마즈다’ ‘USF 2000’ 등 미국 포뮬러 레이스에 참가해 상당한 성과를 거둬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후원금을 마련하지 못해 2년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그는 지난 9월 다시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린 인디 라이츠 대회에 출전해 10위에 올랐다.

최 선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인디 500’ 출전도 눈앞에 뒀다. 4.02㎞ 길이의 타원형 코스를 시속 300㎞가 넘는 속력으로 200바퀴(약 800㎞)를 달려야 하는 극한의 레이스로 매년 40만 명 이상의 관중과 3억7500만여 명 시청자의 눈길이 쏠리는 대회다. 최 선수는 “현재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인디 500에 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레이싱 선수라면 누구나 참가하고 싶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낸 최 선수는 인디카 시리즈를 부산에 유치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고, 부산은 월드컵 경기와 아시안게임 같은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개최한 경험이 있어 인디카 레이스 대회를 열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아직 인디카 시리즈에 대한 인지도가 낮지만 레이싱 경기가 눈앞에서 펼쳐지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 거예요. 레이싱카들이 부산의 해변도로를 가득 메우고 질주하는 모습이 생중계된다면 부산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나 광안리 불꽃축제처럼 부산 대표 행사로 자리 잡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선수는 2010년부터 4년간 열렸지만 2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보고 중단된 ‘영암 포뮬러원’ 대회와 인디카 시리즈는 차이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터스포츠 대회라고 하면 지자체나 기업 관계자는 영암 포뮬러원 대회의 실패 사례만 떠올린다. 하지만 인디카 시리즈는 포뮬러원의 5%도 안 되는 비용으로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면서 “광안리나 해운대 해변도로에 펜스만 설치하면 별도의 공사 없이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뮬러원은 전용 경기장을 갖춰야 하지만, 인디카 시리즈는 코스 규정이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고 일반 도로에서도 열 수 있다.

최 선수가 대회 유치에 공을 들이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해외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최초’여야 했어요. 저도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어서 얼마나 기회가 더 주어질지 모릅니다. 인디카 시리즈에 진출할 새 선수들은 저와는 달리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도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는 “피겨 스케이팅의 대중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김연아 선수가 탄생한 게 아니라 김 선수가 있어 피겨 스케이팅이 대중에게 다가간 것”이라며 “대회 유치뿐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불러모을 선수를 육성하는 프로젝트가 병행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류민하 기자 skycolor@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