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K 노조 창립 40주년 맞아
- 노사 ‘매칭 그랜트’ 매달 1억
- 청년창업 등 도울 기금 마련
- 다양한 업체 참여 이끌어
- 연내 재단 출범하는 게 목표

지난달 부산 남구 문현동 BNK부산은행 본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부산은행 노사가 국내 최초로 지역형 사회연대기금인 ‘부산형 사회연대기금’을 출연하는 협약식을 한 것이다. 이 기금은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이나 청년창업으로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한다. 특히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부산은행 임직원이 매달 급여에서 일부를 떼내 출연하면 동일한 금액을 은행이 내놔 매월 총 1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이 기금을 제안해 성사시킨 부산은행 노동조합 권희원 위원장을 21일 노조사무실에서 만났다.

	권희원 부산은행 노조위원장이 부산형 사회기금연대의 출범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권 위원장은 “올해가 우리 노조 창립 40주년이었다. 최근 여러 가지 일로 회사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고 노조원의 사기도 저하된 상태에서 의미 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지역 노동계 원로들과 함께 고민하다가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며 사회연대기금 출범 계기를 소개했다.

사회연대기금은 노조 조합원비가 아닌, 급여에서 일정 비율의 금액을 새로 적립하는 것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우선 노조원의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는 “물론 반대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으나 지역의 대표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특히 지역 기업에 지원한다는 점에서 찬성하는 구성원이 더 많았다”며 “설명회 때도 노조원들에게 말했지만 무조건 100% 개인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참여하고 또 취소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취지에 공감해 노조원이 아닌 은행 부지점장급 이상 비조합원의 호응도도 높다고 덧붙였다. 부산은행 소속 노조원만 2400명에 이른다.

권 위원장은 사회연대기금이 부산은행만의 것이 아니라 ‘부산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각종 기금이 정말 많다. 하지만 지역의 기업 노사가 함께 출연해 기업 및 경제 살리기에만 쓰는 기금은 없다”며 “부산은행만의 기금이나 재단이 아니다. 부산은행은 그저 ‘마중물’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기업이 문을 닫지 않는 이상 매월 꾸준히 적립한다는 연속성이 부산형 사회연대기금의 가장 큰 특징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여러 기업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권 위원장은 재단 설립을 준비하는 바쁜 와중에도 참여기업 확대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부산시를 비롯해 산하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을 비롯해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이전 금융기관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또 본사가 부산이 있지는 않지만 노조가 여기에 있는 SK해운도 내년부터 참여한다.

부산은행 노사는 연내 관련 재단 출범을 목표로 한다. 부산시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승인 등 기본적인 절차에 따른 기간이 필요하지만 한 달여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권 위원장은 “우선 재단이 출범해야 대외적으로 홍보가 되고 동참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다”며 “출범 후에도 속도를 내야 할 부분이 많아 출범 1년 후 성과 보고를 할 때는 참여기업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큰 기업이 적은 점은 아쉽지만 금액보다는 뜻에 공감해 참여하는 기업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며 “경제가 힘들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연대기금이 할 일이 많다는 뜻일 수 있다고 보고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2002년 부산은행에 입사한 권 위원장은 2012년부터 3년간 부산은행 노조 정책부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2월 3년 임기의 노조위원장에 취임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