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축제 귀퉁이서 시작해
- 3년째 1억 달러 달성 BCM
- 콘텐츠 생산·투자자 이어주고
- 학술·정보 교류의 장 거듭나
- BCM 역사 담은 책 펴낼 것

“부산콘텐츠마켓(BCM) 운영은 1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내 인생에서 가장 열의를 다한 일입니다. 영혼을 바친다는 각오로 열심히 했습니다.”

구종상 동서대 교수가 12년 동안 이끌었던 부산콘텐츠마켓(BCM)에 대한 감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2007년부터 12년 동안 BCM을 총괄하다 지난달 집행위원장에서 물러난 구종상(59) 동서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가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이같이 말했다. BCM은 매년 5월 부산에서 열리는 영상물 콘텐츠 마켓이다. 세계 각국에서 영상 산업 관련 업체, 바이어와 셀러들이 참석한다.

구 교수는 BCM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부터 비약적 성장을 이룰 때까지 BCM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제12회 BCM 2018’은 역대 최대 규모 행사와 거래 실적을 기록했다. 48개국 1099개 업체, 3043명의 국내외 관계자가 참여해 총 1억1672만 달러(약 1300억 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3년 연속 1억 달러 이상 거래실적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마켓으로 발돋움 중이다. BCM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상황에서 구 교수가 스스로 물러난 이유는 무엇일까.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는 말에 구 교수는 “정점을 유지하는 사람이 반드시 나여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았다. 나는 여기까지 하고 더 잘 할 수 있는 분에게 배턴을 넘긴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구 교수는 2007년 제조업 등 부산의 주력 산업이 점점 위축되는 상황에서 부가가치가 큰 산업으로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이후 양질의 문화 콘텐츠, 창의적 역량, 부산시민 특유의 친화력이 문화 콘텐츠 사업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에 디지털 미디어 축제를 기획했다. 그는 “처음에는 문화 축제 형식으로 시작했다”며 “마켓은 조그맣게 포함돼 있었는데 이것을 좀 더 사업적으로 키우고자, 방향을 전환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BCM 탄생에 얽힌 배경을 설명했다.

BCM은 구 교수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점점 성장했다. 그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이 없어서 곤란한 콘텐츠 생산자와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를 연결했다”며 “아카데미나 세미나를 통해 정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고 좋은 투자와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장기적인 수익 모델 개발은 구 교수가 늘 해왔던 고민이자 BCM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구 교수는 한국 영상 콘텐츠 업계가 OTT(온라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를 단기간에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OTT와 관련한 수요가 엄청나게 늘 것”이라며 “특히 영상 수출과 공동 제작은 이미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심해진 상태지만 OTT 분야에는 틈새 시장을 공략할 기회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OTT는 저자본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전했다. 능력 있는 신인 배우나 작가를 활용하면 적은 예산으로 즉각적인 콘텐츠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2년간 부산과 한국의 영상 콘텐츠 산업을 위해 노력한 구 교수는 이제 대학 강단으로 돌아가지만 앞으로도 축적된 노하우를 전달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과 중국에서 관련 기업인과 교수를 20명씩 모아 영상콘텐츠 연구회를 열 생각”이라며 “BCM의 역사와 뒷이야기를 다룬 책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