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량 옛 왜관지역 설치 기록
- 전문가들도 잘 모르는 사실
- 남아있는 유물도 별로 없어
- 도기재현·가마체험 등 통해
- 지역 관광자원으로 키워야

“‘부산요’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우리 식탁의 식기문화를 바꾸고 싶습니다.”

안태호 부산요포럼 창립위원회 집행위원장이 포럼의 성격과 포부를 설명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부산요포럼 창립추진위원회가 최근 부산 중구 문화공간 ‘우둥불’에서 ‘제1회 부산요포럼’을 열고 창립을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 포럼에서 안태호(65) 부산요포럼 창립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이 부산요포럼 소개와 경과보고를 한 뒤 최차호 초량왜관연구회 초대회장이 ‘부산요와 조선다완-한일 공동프로젝트’란 제목으로 열띤 강연을 했다.

안 위원장은 “부산요는 부산지역 생활문화의 핵심적인 자산이지만 다도인과 도자기 애호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1980년대 다도와 도자기에 차례로 관심을 가진 저도 1997년 중구 부산로얄관광호텔 앞에, 이곳이 과거 초량왜관 부산요 터였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보고서야 비로서 ‘부산요’의 존재를 알았다”고 했다.

부산요는 조선 도자기의 높은 기술과 아름다움에 열광했던 일본의 요청으로 왜관에 설치한 ‘가마’다. 일본이 부산요에 주문을 넣으면 조선의 도공이 조선의 흙, 땔감을 이용해 도자기를 구워 일본에 공급했다. ‘주문자 위탁 생산(OEM)’인 셈이다.

포럼의 설명에 의하면 부산요는 1기와 2기 두 시기로 나뉜다. 1기는 1639년부터 1678년까지 39년 동안의 ‘두모포왜관’ 시대였고, 2기는 1678년부터 1717년까지 39년 동안 지속된 ‘초량왜관’ 시대다. 현재 한국에는 부산요에서 생산된 도자기의 완형이 남아있지 않다. 동아대 박물관이 소장한 부산요 도자기 파편이 부산요의 존재를 설명하는 유일한 증거다. 지난 8월 중구 동광동 한 공사장에서 광복 이후 처음으로 부산요 도자기 파편이 발견(국제신문 지난 8월 30일 자 23면 보도)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당시 도자기 생산 기술은 첨단 산업이었습니다. 일본은 임진왜란 때 조선의 도공을 끌고 가고 왜관에서 조선의 기술을 배워 세계 최고의 고품격 도자기를 생산하는 국가가 됐습니다. 서양 박람회에서 도자기를 팔아 군함을 사 올 정도였죠. 반면 임진왜란 후 정국이 어지러운 사이 조선에서는 도자기 산업이 점차 내리막길을 걸어 지금은 한일 도자기 기술에 큰 격차가 벌어졌죠.”

포럼은 잊혀진 ‘부산요’를 원도심에 되살리려 한다. 안 위원장은 “원도심에 관광객이 몰리지만 보여줄 문화가 없다. 초량왜관 관광자원화 사업 또한 초량왜관 관련 유물이나 건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한계가 있다. 원도심 관광자원의 하나로 ‘부산요’를 활용할 수 있다. 부산요에서 생산된 도자기를 재현해 판매하거나, 원도심을 허브로 도자기 애호가를 모아 부산은 물론 양산, 김해, 밀양의 전통 가마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다. 부산요를 비롯해 한국 도자기 역사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박물관을 원도심에 세운다면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포럼 창립 멤버에는 김영길을 비롯해 최웅택, 정민호, 신용균 등 부산경남지역의 대표적 도예가가 속해 있다. 포럼은 일본과 기술 교류를 통해 한국 도자기 기술을 향상시키고 가격을 낮춰 도자기 대중화를 꾀할 계획이다. 안 위원장은 “현재 우리 식탁은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식기 아니면 유럽산·중국산 도자기가 점령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국 도자기를 공급해 식기문화를 혁신하는 것이 우리 포럼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1985년 부산대에 입학해 1997년 민족미학연구소 초대 사무국장을 거쳤고 1999년 문화공간 소화방 개업, 2004·2005년 범어사 개산대재 ‘문 없는 문을 열다’를 연출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