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청부용역·연구’ 오명
- 대대적 혁신으로 탈피 노력
- 이름에 구시대적 ‘발전’ 빼고
- 조직 전면 개편해 경쟁 유도
- 도시정보센터도 본격 추진

“부산시가 결론을 정해 놓고 결과물을 요구하는 이른바 ‘청부용역’ ‘청부연구’는 하지 않겠습니다. 무엇보다 기관 명칭에서부터 조직까지 다시 태어나는 수준으로 혁신해 부산의 싱크탱크로서 위상을 되찾을 겁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정호 신임 부산발전연구원장은 “실추된 부발연의 위상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조직 개편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종진 기자

부산발전연구원(부발연) 이정호(59) 신임 원장이 취임 한 달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 원장이 취임 후 가장 신경 쓴 대목은 부발연의 위상 문제다. ‘시 용역 하청기관’이라는 비아냥부터 지난 수년간 표절 시비, 연구원 간 폭행 사태, 전임 원장의 부적절한 해외출장 등 잇단 말썽으로 조직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이로 인해 부산의 큰 그림을 그리고, 어젠다를 주도해야 할 싱크탱크로서 부발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원장은 그 돌파구로 조직 정비를 통한 직원 사기 진작을 들었다. 우선 이름부터 바꿀 예정이다. ‘발전’을 빼고 ‘부산연구원’으로 개칭을 추진하는 것. 그는 “발전은 성장·개발 중심의 시대정신을 담는 말이어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서울 인천 경기 등 다른 지역의 연구원도 모두 ‘발전’을 뺐듯 대세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개칭은 시의회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름과 함께 조직도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 4개 연구실(경제고용연구실 시민생활연구실 도시기반연구실 해양환경연구실), 1개 공공투자센터 형태가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학연 중심으로 조직 문화가 변질되고 있다고 보고, 2개 연구본부로 바꿀 예정이다. 주제·연구 효과 등 기능별로 나누는 방식으로 연구 기틀을 확 바꾸겠다는 뜻이다. 연구본부 간 경쟁도 유도한다. 이 원장은 “성과급 차이를 둬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자연스레 동료의식도 강해져 연구 품질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실도 경영지원실로 개편하고, 부산시로부터 파견 공무원을 받아 현장에서 원칙에 따라 관리·감독이 되도록 해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을 방침이다.

연구 질을 높이기 위한 해법으로는 연구심의평가위원회의 역할 강화와 성과평가 시 외부평가비율 상향 조정을 들었다. 부발연은 연구가 연구자의 일방적인 견해만으로 완성되지 않도록 내부 선임 연구위원으로 구성된 연구심의평가위 제도를 두고 있다. 연구심의위는 연구과제의 적합성 방향성을 판단하고 설정해주는데 지금까지는 해당 연구를 진행하는 박사는 그 의견을 일방적으로 듣는 구조였다. 앞으로는 연구자에게도 반론의 기회를 줘 연구심의평가위의 결정이 독단적으로 나지 않도록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부발연 숙원사업인 도시정보센터도 첫발을 뗀다. 그는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정책 결정이 너무나도 중요한 시대인데도 각종 빅데이터와 자료를 모으고 통합 관리하는 아카이브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데이터 아카이브인 도시정보센터를 제대로 만들어 부발연 연구뿐 아니라 시의 정책 결정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현재 민선 7기 부산시정의 어젠다로 제시할 ‘동북아 해양수도 비전과 전략’을 연구하는 데 몰입하고 있으며, 부산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해 행복도를 높일 연구로 전임 원장 때 과제인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전략 도시계획’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제11대 부발연 원장에 취임한 이 원장은 부산사대부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9년부터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참여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 국가균형발전비서관(2003년)과 동북아시대비서관(2005년), 제도개선비서관(2006년), 시민사회수석비서관(2006년) 등을 역임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