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8개월 만 재가동 가시화
- 평양회담 때 긍정 신호 감지
- 투자기업 대표들 3일간 방북
- 공단재개 대비 예산 등 준비
- “국회비준 후 다시 문 열어야”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2년8개월 만에 재가동 가시권에 들었다. 가동 중단 이후 처음으로 123곳 개성공단 투자기업의 대표들이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다. 각 사 대표는 하루 한나절씩 현지의 설비 상태를 둘러볼 계획이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오는 31일 예정된 개성공단 방문에 대해 “공단 재개에 대비한 가동준비 작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선임기자

신한용 사단법인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최근 서울 영등포구 협회 사무실에서 만나 개성공단 재가동에 관해 물었다. 신 회장은 “북측 고위급 인사들에게 물어보면 자신들이 개성공단 설비에 대해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방문하면 북측이 관리를 어느 정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설비 상태가 어떻게 돼 있는지 모르니까 직접 가 보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가 보면 공단 재개가 결정됐을 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미리 가서 점검하고 재가동에 대비해 예산을 확보해놔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공단 재개에 대비한 가동준비 작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현재 개성공단 투자기업들의 경영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성공단 공장이 문을 닫게 되니까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도 있고 지방으로 간 기업들도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지 않은 기업보다 못하다, 안 가고 있던 기업들이 차라리 더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해외나 지방으로 가서 공장을 지어 투자했다고 해도 경영정상화가 금방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대체 생산지를 찾는 동안 상품 공급을 못 해 바이어 이탈이 심각했다는 뜻이다.

그는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기만 기대하던 사람들이 덜 고통스럽다고 할 정도다. 해외나 지방으로 갔던 기업들은 공단이 재개되면 그에 대해 환영을 하겠지만 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개성공단 공장의 설비가 온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해외나 지방에 투자했던 기업들은 현재 그 시설과 개성공단을 함께 운영하게 된다면 과잉생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 때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던 그는 문 대통령의 개성공단 재가동 의지를 직접 확인하며 머지 않은 장래에 재가동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던 한반도경제협력포럼(회장 이정택)에서도 백두산 천지 인근에서 있었던 ‘케이블카 회동’ 영상을 틀어주며 재가동의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케이블카 맞은편에 서 있었는데 케이블카에 있던 문 대통령과 눈이 마주쳐서 묵례를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함께 케이블카에 앉아 대기하던 문 대통령은 계속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했다”며 “개성공단 이야기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케이블카 쪽으로 갔다. 문 대통령은 나에게 ‘개성공단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고 하죠’ ‘다 됐다고 할 때가 마음이 급해지는 법이니까 입주기업들이 잘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문 대통령이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공단 재개가 임박했다는 점을 알려줬다. 김 위원장은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고 설명했다.

‘만약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고 해도 정권이 바뀌면 다시 문을 닫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신 회장은 “판문점선언에 대해 국회 비준을 받아야 마음대로 못 닫는다. 다시 재가동하더라도 국회 비준을 받은 다음에 재개해야 한다”며 “재개되는 시점에서는 유엔 안보리 제재의 예외 또는 면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어망 생산을 위해 개성공단에 투자했던 그는 현재 신한물산 대표이사, 인하대 초빙교수, 통일교육위원(통일부)으로 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