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최초’ 수식어 따라다녀
- 강인한 체력 비결은 걷기
- ‘직원=VIP고객’이 평소 신념

-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신청
- 내년 2월 말까지 기간 늘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천경미(58) 가계지원본부장(상임이사)에게는 40여 년의 직장생활 동안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다. 충청은행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하나은행 여성 임원 자리에 올랐다. 현재 금융 공공기관 임원 가운데 여성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캠코 천경미 가계지원본부장(상임이사)은 “금융취약계층이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수현 선임기자

천 이사는 일과 결혼했다. 미혼이라는 사실을 기사에 써도 되느냐고 기자가 묻자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웬만한 남자직원을 제압할 정도로 술이 세기로 유명하다. 천 이사는 “여자라서 특별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은 안 한다. 남자와 똑같이 경쟁해서 은행 지점장을 달고 임원까지 했다”고 말했다.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부산 근무는 이번이 처음이다. 천 이사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 휴일이면 가방을 메고 남구 이기대, 해운대 문탠로드 등 갈맷길 이곳저곳을 걷는다”고 말했다. 강인한 체력의 비결은 걷기다. 낯선 부산 생활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방법이기도 하다.

천 이사는 캠코로 자리를 옮긴 뒤 직원들에게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전파했다. 바로 사람 간 관계가 중요하다는 가치다. 천 이사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저의 역할”이라며 “직원들이 VIP 고객이라는 마음으로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보조를 맞춰 일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 이사가 맡은 가계지원본부의 주요 업무는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인수·정리 ▷금융취약계층의 신용회복 지원 ▷저신용·서민층의 금융부담 완화 ▷금융취약계층의 일자리 지원 등이다.

특히 올해부터 원금 1000만 원 이하, 연체 10년 이상 장기소액연체자에 대한 재기 지원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정부의 포용적 금융 정책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는 장기소액연체자 재기 지원을 위한 신청 접수 기간을 6개월 연장해 내년 2월 말까지 받고 있다.

천 이사는 “채무자에게 실질적인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제도를 몰라 지원 신청을 하지 못하는 채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힘을 합쳐 대대적인 홍보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캠코는 IMF 외환위기, 카드사 유동성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등 금융시장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마다 구원 투수로 나섰다. 현재 약 236만 명(지난 7월 기준)의 저신용·저소득층에 대한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고 있다.

천 이사는 “경제활동에서 낙오된 금융취약계층이 근본적으로 재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통한 소득 창출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해 신용회복지원은 물론 일자리 지원 사업 등 종합 재기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취약계층의 경제활동 복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 출신인 천 이사는 대전여상을 졸업하고 1980년 충청은행에 입행했다. 직장 생활 중 학업을 병행해 한밭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하나은행이 충청은행을 인수한 이후 하나은행 황실지점장, 충청영업추진부장, 정보보호최고책임자(전무) 등을 역임했다. 2016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담당 부원장보를 지냈다. 올해 3월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 가계지원본부장(상임이사)을 맡고 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