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한 관계 정상화되고
- 신남방·신북방 정책 등
- 한반도 신경제 구상 실현 땐
- 물류허브 부산 재도약 기회
- 한국경제 세계 7위 도약 가능

“남북 정상이 ‘9·19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에 합의함에 따라 앞으로 부산은 신남방·북방 경제협력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이재영 원장은 “부산은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접점으로, 이는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료로 남북관계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경제·통상 정책 분야에서 최고의 씽크탱크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이재영(54) 원장을 최근 만났다. KIEP는 수시로 변하는 세계 경제 흐름을 조사하고 분석해 국가의 대외 경제 정책 수립에 이바지하는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 원장은 20대 후반이던 1990년에 구 소련과학원 산하 극동연구소 교환연구원으로 선발되면서 대외경제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2005년 KIEP 연구위원으로 입사했고 글로벌경제분야 전문가로 능력을 인정받아 수장에 올랐다. 올 초 청와대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의 전문가 자문단으로 활동해 온 이 원장은 지난 4월 취임한 뒤 각종 포럼 등에 참석하며 숨 가쁜 6개월을 달려왔다.

이 원장은 물류 허브인 부산이 남북한 관계 정상화와 정부의 신남방·북방 정책을 십분 활용한다면 지역 경제는 재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해운대에서 열린 포럼에서도 강조했듯이 해양과 대륙이 만나는 부산은 유라시아로 뻗어가는 신북방정책과 아세안 및 인도를 포괄하는 신남방정책의 접점입니다. 대륙과 해양 국가를 연결하는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중심이 된다는 것으로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 및 인도와의 관계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발전시키는 정책이며 신북방정책은 유라시아대륙 국가와 교통, 물류, 에너지 등의 연계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책은 부산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힘이 된다. “북한을 거쳐 대륙과 교통망이 연결되고 중국 동북 3성과 극동 시베리아, 북한지역의 개발이 본격화되면 그간 지체됐던 경제발전이 급물살을 탈 것입니다. 이 같은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실현되면 한국은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그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북핵문제는 물론 한반도 군사 긴장 완화와 다자간 안보협력을 증진하는 ‘평화의 경제 지도’라고 정의했다. “우리는 분단 비용만으로도 큰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독일은 통일 이후 국방비를 약 80% 줄였는데 한국은 절반만 줄여도 매년 20조 원의 신규 투자 재원이 나옵니다. 초고령사회인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 확보에 활용하면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겁니다.”

주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동방정책의 하나로 극동시베리아 개발과 북극항로 상용화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호전돼 한반도와 러시아가 철도로 연결된다면 이러한 목적을 이루는 데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거죠. 중국도 북한 핵문제 해소로 낙후된 동북 3성 개발 투자에 적극 나서게 될 것입니다.”

경남 양산 출신인 그는 부전초, 주례중, 성도고 등 학창시절 대부분을 부산에서 보냈다. 이후 한양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경영학 석사와 모스크바국립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 방문학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및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