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량 분산 등 문제점 발견
- 11개 터미널 6,7개로 개편
- 운영사 협의, 자율통합 진행
- 유휴인력 새터미널 배치 등
- 구체적인 방안 마련한 상태

“부산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항만이지만 중국 항만의 견제, 한진해운의 파산과 같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체계 개편은 이런 대내외적인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자, 부산항을 세계적인 물류 허브항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킬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해양수산부 엄기두 해운물류국장이 부산항이 세계적인 물류허브항으로 도약하기 위한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체계 개편’을 설명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가 지난달 발표한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체계 개편’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 엄기두(53) 해운물류국장은 부산항의 체질 개선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부산항은 세계 6위의 항만이자 세계 2위의 환적항만이지만 근년 들어 성장세 정체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산항 성장을 견인해 온 환적물동량 증가율이 2011년 17.1%로 정점을 찍은 이후 성장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는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체계 개편이라는 방안을 내놓았다. 체계 개편의 큰 방향은 터미널 운영사들의 자율적 통합을 통해 ‘다수 소규모 터미널’ 체계를 ‘대형 터미널’ 체계로 바꾸는 것이다. 2025년까지 현재 11개 터미널을 6,7개로 개편해 터미널당 평균 선석 수를 4.1개에서 6.5~7.6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체계 개편의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 엄 국장은 부산항의 약점인 소규모 터미널 체계와 중국 항만의 견제를 꼽았다. 그는 “부산항은 소규모 터미널로 구성돼 환적항만으로서는 불리한 구조”라며 “얼라이언스(전략적 제휴 관계) 규모에 비해 터미널이 작아 얼라이언스 물량이 분산되고, 이로 인해 다른 터미널로 환적 화물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추가비용 발생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글로벌 선사들이 부산항의 문제점으로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이어 “부산항에는 8개 터미널이 운영되고 있고, 신항에 건설 중인 터미널까지 개장하면 총 11개 로, 터미널당 평균 선석이 4.1개에 불과하다”며 “세계 1위 항만인 상하이항은 평균 6.8개, 세계 1위 환적항만인 싱가포르항은 평균 7.7개, 중동의 핵심 항만인 두바이항은 평균 9.3개다”고 덧붙였다.

중국 항만의 거센 견제도 부산항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중국의 닝보-저우산항은 세계 5, 6위 자리를 놓고 부산항과 경쟁을 벌이고 있고 세계 7, 8위인 칭다오항과 광저우항도 부산항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적 통합’을 통한 체계 개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국계 자본과 여러 기업의 지분이 섞여 통합으로 인한 수익성과 효과에 대한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또 체계 개편으로 고용불안 등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엄 국장은 “터미널 운영사를 대상으로 다각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며, 터미널 운영사 모두 부산항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고용문제에 대해서도 “유휴 인력이 발생할 경우 노사정 협의를 통해 신규 개장 터미널 등으로 전환 배치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상태”라고 밝혔다. 엄 국장은 “이번 체계 개편방안은 부산항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하고, 환적 화물 유치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부산항이 지역경제 발전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엄 국장은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 행시 36회로 공직에 첫발을 디뎠다. 해양수산부의 주요 요직을 거쳤으며, 2015년 경기도 일산에 있던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 부산 영도로 청사 이전을 할 당시 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