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유일 상수원인 낙동강
- 오염사고 발생 땐 속수무책
- 수질개선·취수원 다변화
- 숙원 이루려 대책위 발족
- 물이용부담금 개선 등 추진

지난 30년간 부산은 상수원의 94%를 차지하는 낙동강의 수질 개선과 취수원 다변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현재까지 손에 쥔 것은 하나도 없다. 시민단체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지칠 대로 지쳐 거의 포기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집에서는 생수를 사 먹는다고 해도 식당 학교 직장 등 공공장소에서 먹는 물은 어쩔 수 없이 수돗물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맑은 물 포기는 현실 도피에 불과했다.

	8일 부산맑은물범시민대책위 최소남 상임대표가 낙동강 수질 개선과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국제신문의 지속된 지적(본지 지난해 11월 20일 자 1면 등 보도)에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다시 힘을 냈다. 지난달 18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역 내 16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부산맑은물범시민대책위원회’(범시민대책위)가 발족한 것이다. 부산시도 최근 오거돈 시장이 낙동강 수질 개선 및 취수원 다변화 등 투 트랙 전략을 공식화하고 범시민대책위 지원을 약속했다. 본격 활동을 앞두고 있는 범시민대책위의 최소남 상임대표를 8일 만났다.

부산은 현 상수원인 낙동강이 비상사고로 오염되면 대체할 상수원이 없다. 그나마 금정구 일대 회동수원지가 있으나 하루 생산량은 10만여 ｔ에 불과하다. 대구와 울산 경남 등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둔 타 지자체가 대체 상수원을 가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최 상임대표는 “지난번 낙동강 과불화화합물 사태 때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시민에게 ‘수돗물을 먹지 말라’고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믿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배탈이 날 것을 알면서도 물이 없어 오염된 물을 먹는 아프리카 아이들과 지금 부산시민이 다를 게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범시민대책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른 어느 단체보다 ‘여성단체’가 주축이 됐다는 점이다.

최 상임대표는 “1990년대 말 낙동강 수질개선운동에 참여했고 이제는 가능하면 한발 물러서서 지원하려고 했다. 그러나 생존과 생명에 필수요소인 맑은 물을 이번에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해 상임대표직 제의를 뿌리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민이자 엄마의 마음으로 수십 년 숙원을 이뤄내자는 뜻에서 여성단체들도 선뜻 참여 의사를 밝혀와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의 맑은 물 확보 활동이 환경단체 위주로 전개됐다면 향후 활동의 주체는 일반 시민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간 환경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시민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범시민대책위의 최우선 과제도 일단 대시민 홍보와 시민 참여 확대에 두고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부산 상수원 현황과 원수인 낙동강의 수질 문제, 물이용부담금의 부당성, 청정 상수원 확보를 위한 당위성 등 관련 자료를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범시민대책위는 하나로 모인 시민의 힘을 바탕으로 전방위 활동을 벌일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부산시민 중 수돗물값 외에 ｔ당 170원의 물이용부담금을 따로 더 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시설까지 시민이 개별로 내는 물이용부담금으로 충당한다는 부당성과 물이용부담금의 사용처 확대를 촉구할 것이며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낙동강수계법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정치권도 압박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외에도 대구 경북 등지 낙동강 수계 지역의 시민단체와 협의체를 구성해 맑은 물 확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관련 중앙부처를 방문해 부산의 상황을 알리고 청정상수원 확보도 촉구할 계획이다. 그는 “이제는 우리가 더는 포기해서도, 정부만 쳐다보고 있어서도 안 된다. 부산시민의 당연한 권리인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먹을 수 있게 시민 모두 힘을 모으자”고 힘주어 말했다.

최 상임대표는 현재 부산환경운동연합 고문을 비롯해 청록복지재단 이사장,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한국통일여성협의회 부산시 명예회장 등을 맡고 있다.

조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