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2차 정상회담 기대 속
- 중국은 쌍중단·쌍궤병행
- 일관된 입장으로 평화 지지
- ‘훼방꾼’ 인식 잘못된 것
- 이젠 미국이 행동 보여줘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일이 오는 7일로 확정됐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동안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으로 비핵화 대화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특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든 상황에서 ‘중국 변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등 미국과의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북한 비핵화 논의에 어떤 역할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 외교부에서 아시아파트를 담당하는 당량(唐亮·39) 부처장을 최근 중국 베이징 에서 만나 한반도 평화시대에 중국의 역할이 무엇인지 의견을 나누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부 아시아국 동북아시아과의 당량(唐亮·39) 부처장을 최근 중국 베이징 외교부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마련한 한중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참석으로 이뤄졌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반도 평화시대에 중국의 역할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아시아파트 실무 책임자인 그는 북한 청진 주재 중국 영사관(2005~2006년), 한국 광주 중국총영사관(2007~2012년)에서 근무한 경험 등으로 ‘지한파’로 꼽히고 있다.

외교부 접견실에서 취재진을 만난 그는 우선 지난달 18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며 “이번 회담은 아주 역사적이다. 실무 담당자로서 당연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 국민 모두 남북 관련 뉴스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담 이후 남북의 전사자 유해 공동 발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의 구체적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훼방꾼으로 규정하고 관세폭탄 공방으로 무역전쟁이 한층 격화됐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는데 그 증거가 뭔지 궁금합니다. 예전부터 중국과 북한은 우호관계였지 않습니까. 다만 북한의 핵 개발에 따른 유엔 제재가 엄격해져 예전처럼 두 나라 관계가 긴밀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국으로 철저히 제재사항을 이행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가 다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미 대통령의 말은 중미관계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자국의 반대파로부터 받는 압박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는 책략인 것 같습니다.”

당량 부처장은 북한의 비핵화 노력에 비해 미국이 보여준 성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미 회담(싱가포르)에서 여러 합의를 했지만 미국이 취한 행동은 보지 못했다.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으로 가려면 상대가 행동한 만큼 보여줘야 한다. 분단 70년에 핵문제만 30년째 지속하고 있다. 북한과 상호 신뢰를 쌓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한반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이 취한 행동은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한 게 전부다. 북한이 안심할 만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어떤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일까. “‘쌍중단’(북한의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 프로세서와 평화협정 동시 논의)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우리의 주장대로 한반도평화 프로세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의 당사자인 북미와 함께 한국은 밀어주고 중국은 끌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그 말은 미국에 먼저 해야겠다. 우리는 저쪽에서 먼저 하니 어쩔 수 없이 맞서는 거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이 전 세계 경제를 때리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가치 사슬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미국과 중국의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교란변수로 작용하게 될까 우려스러웠다.

베이징=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