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이어 두 번째 행사
- 부산웹툰 성과·잠재력 확인

- 지자체 창작지원 늘면서
- 작가들 협업·연대도 활발
- 체험스쿨 등 사회공헌도

지난 14~16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글로벌웹툰센터에서 열린 제2회 부산웹툰페스티벌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긴 만화 축제였다. 한국 성인만화의 효시 격인 ‘고인돌’의 원화 전시부터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웹툰의 작가가 참여하는 개그 만화 토크쇼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부산의 웹툰 작가들이 직접 기획부터 프로그램 구성, 홍보까지 한 행사라 더욱 의미가 컸다.

배민기 부산경남만화가연대 대표가 제2회 부산웹툰페스티벌의 성과와 부산 웹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kje.co.kr

이번 축제를 총괄한 부산경남만화가연대 배민기(38) 대표는 “지난해 12월 열린 제1회 행사 때는 향후 축제가 매년 이어질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컸는데 올해는 훨씬 안정된 느낌이다. 페스티벌 기획이나 진행이 전문이 아닌 데다 작품 연재로 바쁜 웹툰 작가들이 축제를 준비하는 게 힘들었지만, 시민들께 부산 웹툰의 성과와 잠재력을 보여드릴 수 있어 무척 기뻤다”고 이번 행사를 결산했다.

부산웹툰페스티벌은 주제와 스토리를 선명히 하는 게 특징이다. 제1회 행사가 웹툰 마니아 위주였다면 올해는 독자 입장에서 작품을 선정하고 놀이, 체험을 더했다. 웹툰 장르의 다양화를 위해 부산 작가가 선정하는 웹툰 작가상 ‘골든 브릿지 어워드’도 처음 선보였다. 배 대표는 “만화는 사실 ‘전시’에 적합한 주제가 아니어서 토크쇼나 드로잉 쇼 등 독자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준비해야 했다. 올해가 두 번째 행사지만, 지역 웹툰 작가들이 직접 준비하면서 보완할 점을 찾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전문성을 갖춘 조직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축제의 체계를 좀 더 잘 갖출 계획이다”고 말했다.

부산 웹툰 산업은 전체 웹툰 시장의 성장과 함께 부산 작가들의 인기작도 속속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활기가 생겼다. 웹툰은 영화 등과 달리 지역적 한계가 작고 거대한 인프라의 영향을 덜 받는 콘텐츠로 평가된다. 부산시도 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시는 지난해 8월 국비 등 20억 원을 들여 국내 최초 웹툰 지원 시설인 부산글로벌웹툰센터를 건립했고, 부산진구 등 지자체들도 속속 웹툰 작가를 위한 창작지원실을 열고 있다. 이 같은 도약의 중심에는 창작자인 웹툰 작가들이 있다. 현재 부산·경남에서 활동 중인 만화가는 180여 명으로 파악된다.

배 대표는 “글로벌웹툰센터 개관 이후 웹툰을 필요로 하는 영화사나 게임사의 접촉도 많아지고, 시민들도 센터에서 열리는 웹툰 관련 교육에 관심이 많다. 일부 인기 작가를 제외하고는 만화 작가 대부분이 제도권 밖 이류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인데 작업실 지원이 되면서 창작 환경이 좋아지고 작가들 간 협업과 연대도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의 원천 콘텐츠로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로맨스나 성인물 등 인기가 특정 부문에 쏠린다는 점은 우려했다. 배 대표는 “주로 로맨스 장르의 웹툰이 원천 콘텐츠로 인기를 끌면서 신인 작가들이 판타지, SF 장르는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 만화는 접근법과 표현 방식에서 영상물과는 또 다른 특징이 있는 만큼 웹툰 자체의 가치를 더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웹툰 분야가 커가면서 만화가연대의 일도 점점 늘고 있다. 만화가연대는 소외 계층 어린이를 위한 웹툰 체험, 작가 지망생 대상 멘토 스쿨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부산의 명소와 음식을 알리는 부산 브랜드 웹툰도 제작한다. 그는 “만화가연대는 부산의 만화 생태계를 건전하게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민과 독자와 소통도 늘 고민하고 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