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견 없이 따뜻한 관심 부탁”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결혼 생활을 하는 나의 딸들이 더는 무관심과 외로움 때문에 울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며느리’로서 편견 없이 대해주길 바랍니다. 모든 영광은 우리 딸과 손자·손녀에게 돌리겠습니다.”

지난달 30일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8 자원봉사 이그나이트 V-Korea 부산대회’에서 김지태(왼쪽) 씨가 대상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8 자원봉사 이그나이트 V-Korea 부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김지태(65) 씨는 무대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스스로 ‘딸 열셋을 결혼시킨 엄마’라고 소개하지만 그는 사실 미혼이다. 20년 넘게 보살핀 결혼이주여성을 딸처럼 여기며 ‘친정엄마’를 자처하고 있다.

“2002년 한 결혼이주여성의 결혼식 반주를 해주면서 이들과 인연을 맺게 됐어요. 그동안 많은 결혼이주여성을 만났는데,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는 아이가 13명이에요. 제 환갑 진갑도 모두 이 아이들이 챙겨줬죠. 사실 이날이 제 생일이었는데 행사 때문에 다 같이 모이는 자리를 하루 미루기도 했어요.”

부산시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자원봉사 우수 활동사례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경연대회다. 대회 당일에는 온라인심사를 거쳐 통과된 10명의 자원봉사자가 4명의 심사위원과 160여 명의 청중평가단 앞에서 자원봉사우수사례를 발표했다.

이날 김 씨는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 큰 사랑’이라는 주제로 20여 년 동안 결혼이주여성을 딸처럼 보살피며 다문화 가정을 위해 봉사한 사례를 발표해 큰 울림을 줬다. 특히 그는 국내 결혼이주여성의 현실을 알리면서도 이들이 특정될 수 있는 세세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저는 우리 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사회의 따뜻한 관심을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거에요. 어떠한 경우에도 이들의 신상이 노출돼 인권이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김 씨는 이번 부산지역대회 대상 수상을 계기로 다음 달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이그나이트 V-KOREA 중앙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결혼이주여성을 돕는 일 외에도 대한적십자 자원봉사자, 연제구 거제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부위원장으로서 이웃에 큰 힘이 돼주고 있으며, 사회복지사 노인심리상담사 등으로도 활동하는 전문자원봉사자이다.

부산 연제구자원봉사센터 정분옥 센터장은 “자원봉사자의 다양한 감동 스토리가 널리 퍼져 자원봉사문화가 확산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