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번영로서 생긴 싱크홀
- 매립토 아래 흙 빠져 발생
- 위험구간 차수벽 설치 필요
- 조사 장비·전문인력 늘리고
- 전조증상 땐 즉시 신고를”

“부산 번영로 싱크홀의 원인은 수영강 수위가 오르내리며 제방 하부 퇴적층이 유실된 탓입니다. 제방을 조사해 위험한 곳에 시멘트로 된 차수벽을 설치해 유실을 막아야 합니다.”

	부산대 임종철 교수가 18일 싱크홀의 원인과 대책, 시민 신고의 중요성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18일 만난 부산대학교 임종철(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발생한 번영로 대형 싱크홀의 원인으로 수영강을 꼽았다. 사건 당일 현장에서 싱크홀을 살펴본 임 교수는 “평소 산책로 아래로 흐르던 수영강 수위가 비가 오면 산책로를 넘어 제방까지 올라온다. 비가 그친 후 수위가 내려가고, 제방에 모여 있던 물이 천천히 빠져나가면서 흙이나 모래가 함께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일이 번영로가 생긴 후 38년간 계속됐다. 실제로 싱크홀 발생 전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번 사고는 매립토가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매립토 아래 있는 퇴적토의 유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퇴적토가 유실되면서 그 위에 있던 매립토가 아래로 꺼져 싱크홀이 발생했다”며 “제방을 만들 때 쓰는 매립토는 물에 잘 유실되지 않는 양질의 흙과 모래를 사용해 다진다. 반면 자연 형태의 퇴적토는 유실이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싱크홀 내부에 들어가 보니 지층이 전혀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는 외부에서 물이 들어와 싱크홀이 생긴 것이 아니라 밑 부분으로 천천히 빠졌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해결책에 관해 임 교수는 “지금 당장은 싱크홀에 흙과 모래를 채운 후 임시 포장을 한 상태고, 유실을 막기 위해 싱크홀 바닥에 흙과 모래를 잡아주는 부직포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근본적으로 흙과 시멘트를 혼합해 제방 전체에 유실 자체가 없는 도로를 만들면 된다. 그러나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며 “전체 제방이 아닌 싱크홀 주변에 시멘트로 차수벽을 만들어서 퇴적토가 빠지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 위의 매립토도 내려앉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미 발생한 싱크홀은 그 위치를 알 수 있지만,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수많은 싱크홀은 미리 발견해 차수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임 교수는 “제방을 따라 전수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물이 빠르게 흐르는 상류보다 물이 정체돼 강 수위 차이가 많이 나는 하류에서 퇴적토 유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부산시가 갖고 있는 차량용 탐사장비에 대해 “선진국의 장비도 지하 2ｍ 밑은 보지 못한다. 기술 자체의 한계로 싱크홀이 지표면까지 근접해 올 때까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장비와 경험 많은 전문가를 길러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시민의 신고가 싱크홀 사고 예방에 결정적인 방법임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땅이 꺼지고 있다’는 시민의 신고로 도로를 사전에 통제해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강력 범죄자를 잡은 것보다 큰 사회적 공헌을 한 셈”이라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그는 “평소 물이 고이지 않던 곳에 물이 고인다거나, 그물 형태로 도로에 균열이 생기면 싱크홀 발생 가능성이 높다. 또 비가 온 후 제방에서 물이 질질 흐른다거나 1, 2㎝ 크기의 구멍에서 거품이 생기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며 “시는 전조 증상과 연락처를 운전자가 잘 알아볼 수 있게 도로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 출신인 임종철 교수는 부산고, 부산대 토목공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 도쿄대에서 지반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니시마츠건설기술연구소를 거쳐 1991년부터 부산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