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조건 사교육 반대 아니라
- 불필요한 영역정리 자료 제공
- 부모 기대 아이에 투사 안돼
- 성향·유형별 사교육법 달라
- 사교육 소비패턴 분류 필요”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학부모가 ‘사교육 걱정 없이’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묻지마 사교육’을 안 하겠다는 신념이 있어도 그 근거가 없다면 신념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바로 그 신념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는 곳이다. 사교육걱정은 지난 6일 4500명 후원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10년간 사교육 절감을 연구한 결과 를 발표했다. 송인수(54) 사교육걱정 공동대표는 “‘사교육을 안 시키겠다’라고 말만 하는 것은 ‘주장’만 될 뿐”이라며 “신념만으로는 아이가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뒤쳐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극복하지 못한다. 통계와 자료가 뒷받침돼야 묻지마 사교육에 대항할 논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송 대표는 지난 11일 부산에서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은 이미 왔습니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기도 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는 “사교육과 관련한 통계와 자료가 뒷받침돼야 묻지마 사교육에 대항할 논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우 선임기자

그는 사교육걱정이 무조건 사교육을 반대하는 단체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보다는 사교육 시장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가려내고 부모들이 불필요하게 휘둘리는 영역을 정리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합리적인 사교육 소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이 그간 발간한 ‘아깝다 학원비!’ ‘아깝다! 영어 헛고생’ ‘찾았다 진로!’ ‘굿바이 사교육’ 등의 소책자와 단행본 등은 사교육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기록,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송 대표는 부모가 원하는 진로를 아이에게 투사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교육비를 절감해서 좋은 대학 에 보낸다’는 생각 자체를 내려놓는 과정을 거쳐 진로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 부모가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고, 아이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밟는 속에서 부모-자녀 관계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사교육 절감 연구 결과에서 한 가지 특징도 찾아냈다. 연구에 참여한 회원들도 성향과 유형에 따라 사교육 방법과 노하우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확신을 갖고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사교육을 하는 그룹이 있는 반면 부모가 아이 학습에 대한 불안감에 사교육을 고민하는 그룹, 또 ‘사교육 과열지구’에 사는 그룹 등 각기 다른 유형별 회원이 모임을 통해 서로 위로하고 사교육 절감을 위한 비결을 공유한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송 대표는 “사교육 소비를 합리적으로 하는 방법은 사교육 소비패턴 유형을 알 수 있는 검사를 통해 분류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것”이라며 이를 시민교육으로 시스템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사교육걱정의 성과로 대입시험에서 상급학년 진도를 출제하지 못하도록 한 ‘선행교육규제법’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분별해, 이에 분노하고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기 위한 의식개혁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 아이들은 점수를 내는 기계가 아니다.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역량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제도와 환경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은 30명의 직원 중 절반이 연구원으로 구성됐으며, 후원회원 4500명 외에도 학부모·시민·교사 등이 사교육 걱정과 고민을 나누는 공식카페 회원 5만 명이 활동 중이다. 국내 최초 사교육 고민 온라인 상담소 ‘노워리 상담넷(noworry.kr)’을 운영 중이며, 사교육과 관련된 강연 요청에는 ‘100인 강사클럽’이 항시 대기 중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 김해창원 등 전국 70개 지역에서 사교육 불안을 떨치기 위한 등대모임이 활성화돼 있다.

송 대표는 강원 원주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 서울 신림고, 삼성고 등에서 13년간 교사로 재직하며 ‘좋은교사 운동’ 대표로 활동했고, 2008년 ‘참교육학부모회’ 대표이던 윤지희 공동대표와 함께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을 만들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