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부적응 학생 도움 위해
- 정부 차원 야학 지원 필요
- 합격자에 장학금 전달 등
- 동문 유대 느끼도록 온 힘

“검정고시는 제2의 인생으로 들어서는 문입니다. 교육 복지와 기회 균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부 지방자치단체라면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지난 6일 부산지법 집행관실에서 장문규 부산 검정고시총동문장이 검정고시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지난 6일 부산지법에서 만난 장문규(59) 부산 검정고시 총동문회장은 검정고시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부산지법 집행관인 장 회장은 올해 검정고시 총동문회장을 맡아 장학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 회장은 “과거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하면 어려운 가정 형편을 먼저 떠올렸다. 요즘에는 ‘왕따’와 같은 학교폭력, 결손·다문화가정 자녀의 부적응 문제가 더 많다. 학교 밖에서 방황하던 청소년이 삶의 정상 궤도로 돌아오려할 때 선택하는 게 검정고시다. 이런 학생을 품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이 야학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장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부산 7개 야학 대부분 기부와 지원봉사에 기대어 운영되는 것으로 안다. 정부 자치단체가 교사에게 소정의 강의료를 지급하는 등 운영비를 지원하면 학교 밖 청소년의 학업 중단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청소년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고 말했다.

장 회장도 검정고시 합격으로 새 인생을 열었다. 경남 고성 태생인 그는 중학교 졸업 후 금세공 기술을 배우려고 홀로 부산에 정착했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원인도 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군에 다녀온 뒤 조카들이 보는 책이 꽂힌 책장을 보고는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느꼈다고 한다. 혼자 책을 들춰보면서 옛 기억을 되살리던 장 회장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1981년에 고졸 검정고시에 통과했다. 고졸 자격을 갖춘 덕에 1988년 법원 공무원이된 후 장기간 근무하다 2016년 부이사관으로 퇴직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검정고시로 제2의 기회를 얻어 성공시대를 연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 이철성 전 경찰청장도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지역 검정고시 총동문회는 1987년 결성됐다. 전국 검정고시 총동문회 결성보다 2년 빠르다. 역사가 오랜 만큼 현재 1000여 명이 부산 검정고시 총동문회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한 해에 약 3000명이 검정고시에 응시하고 있으며, 2500여 명이 합격한다고 한다.

예비 검정고시 동문이 총동문회를 버팀목으로 생각해줬으면 하는게 장 회장의 바람이다. 그는 “같은 교육 환경을 공유했던 정규 과정 졸업자들은 우애가 두터울 수밖에 없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연말연시에 다른 동료들이 동문회에 가거나, 옛 친구를 만난다고 하면 조금 외롭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검정고시 동문회가 이런 목마름을 채워준다고 그는 자신있게 말했다. 동문 간의 정이나 자부심은 여느 학교 못지 않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학교는 성적과 관계없이 성실하게 출석하면 졸업하지만, 우리는 일정한 점수를 요구하는 시험에 합격에서 동등한 자격을 쟁취한 것이어서 자부심이 크다”고 소개했다.

동문은 연간 두 차례 검정고시를 치를 때 고사장 앞에서 차와 필기구를 나눠주며 후배를 응원한다.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리는 합격증 수여식 땐 직접 참석해 장학금을 전달한다. 원래는 합격증을 우편으로 배달했는데, 동문회의 제안으로 변경됐다. 수여식에 참석하지 못한 합격자에게는 우편으로 합격증이 배달된다. 장 회장은 “장학금 지급에서 나아가, 동문회 형편이 넉넉해지면 직접 야학을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조청운 부산 검정고시 총동문회 사무국장 010-8276-7332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