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대사관 근무 경험 바탕
- ‘스웨덴은 어떻게…’ 책 발간
- 모든 소득자 30% 이상 과세
- 적은 인구, 일·가정 성공 배경

- 매년 부산서 영화제도 개최

한국 사회에서 성 평등, 일·가정 양립이라는 의제가 급부상하면서 스웨덴의 복지·경제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한 손에는 카페라테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미는 ‘라테파파’(스웨덴 아빠의 별칭)라는 단어에도 익숙해졌다. 특히 부산 사람들은 1950년 9월부터 1957년 4월까지 피란수도였던 이곳에서 시민, 부상병, 포로를 포함한 200만 명을 치료해준 1124명의 스웨덴 의료진을 잊지 못하고 있다.

주한 스웨덴대사관 박현정 공공외교실장이 최근 발간한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용우 선임기자

이런 가운데 주한 스웨덴대사관 박현정 공공외교실장은 30여 년간의 대사관 근무 경험을 살려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라는 책을 펴냈다. 박 실장이 대사관에서 일하며 겪은 스웨덴 모습과 각계각층의 스웨덴사람 15명의 현지 인터뷰도 실었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주한 스웨덴대사관에서 그를 만났다.

박 실장은 “스웨덴에서는 실제로 성 평등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직설적인 질문에 “정말 그렇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스웨덴은 가장 진보적으로 성 평등을 이루고 일·가정 양립이 생활 속에서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2013년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북극성 훈장을 받았는데 한국인 중 최연소 여성이었다. 그때부터 출판사의 출판 권유가 있었다”며 “특정 분야의 전문가도, 현지에서 거주한 것도 아니어서 한국 문화를 좋아했던 라르스 다니엘손 전 주한대사에게 책을 같이 쓰자고 권유했다. 기획에서 집필까지 2년 넘게 걸렸는데 한국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부분을 넣었다. 스웨덴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부분을 쓰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박 실장은 스웨덴식 복지 모델에 대해 “한국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이 매우 많지만 스웨덴에서는 월급을 적게 받아도 기본적으로 30% 이상의 소득세를 낸다”며 “자신이 받는 복지혜택은 자신이 노동을 해서 낸 세금으로 운영되고 누가 복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기여해서 혜택을 받는 것이어서 떳떳하다. 그런 사회적 합의를 오랜 기간 걸쳐 했기에 잘 되어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 조금씩 양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웨덴은 출산장려 정책이 없다. 그냥 사회복지보장 제도 안의 가족정책이자 노동정책이다. 일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노동에 참여해 경제와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원칙으로 사회가 운영된다”며 “인구가 적은 스웨덴은 보유하고 있는 노동력을 잘 활용해야 했고, 이 부분이 일·가정 양립정책의 성공 배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웨덴 사람에게는 특권의식이 없고 사회의 투명성과 평등의식이 높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대사관에서 해당 국가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외교를 담당한다. 해마다 부산에서 스웨덴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스웨덴 영화 거장인 잉마르 베리만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으로 영화제를 치를 예정이다. 그는 “스웨덴은 베리만을 비롯한 영화의 전통이 있고 한국도 영화 강국”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을 했는데 저희도 영화제에 많이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6·25전쟁 당시 구호에 적극적이었던 부산의 스웨덴 야전병원을 재조명하는 스웨덴 아카필름의 다큐멘터리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Let us never forget)’ 제작이 완료됐다. 박 실장은 “곧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굉장히 감동적이고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스웨덴과 한국 가운데 어느 쪽을 응원했느냐’는 질문에는 “누가 져도 슬프지 않다”고 외교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