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수역 오징어 등 싹쓸이
- 중국어선 막을 방안 찾아야

- 내달부터 TAC 감소 대비해
- 경영 규모화 등 수익성 제고
- 원물 중심 유통구조 탈피를

부산 수산업계는 다음 달 적용되는 오징어, 고등어 등의 총허용어획량(TAC)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면서 올해 부산의 대형트롤, 대형선망 어선들의 어획량이 줄고 공동어시장과 업계 종사자의 매출도 하락할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2016년부터 2년 연속 연근해 어획량이 100만ｔ 미만으로 떨어지고 해양수산부가 TAC 등을 중심으로 한 수산자원관리를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수산경영학회 류정곤(59) 학회장은 부산의 어업구조 재편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펼쳐 관심을 끌고 있다.

류정곤 한국수산경영학회장은 “부산 수산업계의 공멸을 막기 위해 규모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류 학회장은 “매년 어획량이 감소하고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대량 어획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며 “경영의 규모화, 원물 중심 유통 구조 탈피 등을 진행하지 않으면 부산의 수산업자들이 공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어획 기술이 좋지 않은데도 연간 어획량이 150만ｔ 안팎을 기록하던 시절에는 규제도 없었기 때문에 대형어선이 많은 부산은 단순히 많이 잡으면서 전국 최대 수산도시로 자리를 잡았고 관련 산업도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 해마다 어획량이 줄고 부산의 수산업계의 규모와 매출도 감소하고 있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류 학회장은 우선 우리나라 전체 수산업 재편 방향에 대해 “수산 자원량에 비해 어선이 많기 때문에 어선 규모가 작은 연안 어업인과 큰 근해 어업인의 갈등이 수십 년째 이어져 왔다”며 “먼저 연안 어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조업 구역을 설정하면 자연스럽게 근해 어업인을 위한 조업 구역이 남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근해 어업인들은 감척, 경영의 규모화·기계화·자동화 등과 함께 잡은 어획물의 부가가치를 높여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류 학회장은 “예를 들어 부산의 대형선망의 경우 23개 선단의 선주가 20명 정도 되는데 수익성 저하를 우려한 선주들이 배를 팔면, 자금 규모가 나은 선주가 배를 사면서 이를 통해 운반선 숫자를 줄여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또한 현재는 잡은 물고기가 그대로 소비지까지 가는 비효율적인 구조인데 선사가 뼈와 내장을 제거하고 살코기 상태로 유통시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규모화, 부가가치화된 구조는 유럽 뉴질랜드 등 수산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는 방식이다. 그는 “정부가 수산자원 관리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보상책으로 어선 선진화, 자동화 기술 개발, 신선도 유지 기술 등을 지원하면서 현재의 어선 노후화, 선원 인력 고령화 및 부족 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수산분야 남북교류 협력 추진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그는 향후 남북 수산협력의 추진 방향으로 “우리나라 이익만을 고려한 ‘한국 어선의 북한 수역 입어’가 아닌 ‘남북 공동 수산자원 관리와 상호 이익’ 논리를 통해 북한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몰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 동해수역에서 중국 어선들이 오징어 등을 싹쓸이해 우리나라 어획량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우선 중국 어선의 남획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어선 때문에 북한의 수산자원도 고갈되고 있어 자원 관리를 위해 북한을 설득하고 이와 함께 수산물 가공 공장을 설립, 잡은 어획물을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해 수출하면서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산자원관리의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류 학회장은 부경대 자원경제학과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국립수산과학원을 거쳐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정책실장과 자원관리실장을 역임하고 현재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수산경영학회 외에 한국수산정보콘텐츠기술협회 회장도 맡고 있으며 세계식량포럼 수산분과 위원, 해양수산부 국가중요어업유산 자문위원회 위원장, 해양수산부 해역이용영향검토위원, 농림축산식품부 지리적표시등록심의 분과위원회 부위원장, 한국무역협회 통상산업포럼 수산분과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