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우뚱 건물·마우나리조트 등
- 안전사고에 대한 성찰 부족
- 공사비 줄이려 감리 부실 탓

- 소규모 주택재정비 정책 주목
- 지역 기억·원주민 보호 가능

건축가와 건축사의 의미를 일반 시민이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테면 건축사무소 직원과 건축공학도는 건축가 의미에 포함되지만, ‘건축사’는 국가로부터 전문자격을 인증받은 건축 전문가로 건축가와는 큰 차이가 있다. 시대 상황과 도시문화, 환경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게 건축사가 하는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이므로, 명실상부한 전문가 집단이라는 의미다. 지난 3월 제27대 대한건축사협회 부산시건축사회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김경만(58) 회장은 ‘건축사’라는 개념을 시민에게 널리 알려 건축사의 역할과 소명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내놨다.

부산건축사회 김경만 신임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건축사 업무에 대한 평소 소신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우리 사회는 현재 건축물이 지닌 경제적 가치만 강조하고 있지만, 건축물과 건축 공간이 우리 삶에 미치는 직접적·간접적 영향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문을 뗀 김 회장은 “설계와 감리 업무를 중심으로 한 건축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주목한 부분은 ‘설계 대가의 정상화’다. 건축물의 중요성과 가치,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인식은 매우 높아졌으나 정작 설계 대가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이는 건축가와 건축사의 개념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김 회장은 “3.3㎡당 설계비가 얼마인가를 따지기보다, 공사비 대비 설계비를 책정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며 “건축사의 업무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건축물의 미관과 안전을 한층 끌어올리는 것과 직결된다”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사하구 ‘기우뚱’ 건물과 2014년 발생한 경북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천장 붕괴 사고 등은 공사 과정에서 제대로 감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김 회장은 보고 있다. 그는 “그동안 설계를 맡으면 감리는 무보수로 진행되는 등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했다”며 “최근 법 개정 등으로 감리의 전문화가 이뤄질 길을 터놓았지만, 여전히 건물 안전사고에 대해 누가 잘못했는지에만 관심을 두고 과정에 대한 논의와 성찰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정부가 시행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재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자율주택정비사업도 건축계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등 대규모 개발 과정에서 부산의 기억과 장소를 잃었으므로, 소규모 재생 쪽으로 정책이 전환되는 것은 의미가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김 회장은 희망을 품고 있다. 낡고 오래된 것을 부수고 현대적인 건축물로 쌓아 올리는 것보다, 지역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해 주민 갈등을 해결하고 원주민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율주택정비사업을 통해 일시에 많은 규제가 완화되는 만큼 이러한 혜택이 가져올 수 있는 도시·사회 문제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김 회장은 “주차장 등 공공기반시설 부족 문제 등은 정부와 자치단체, 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며 “사업 초기에 도시민의 삶이 사업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앞으로 건축사의 권익 향상을 위해 건축 관련 기관과의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건축사 업무에 대한 합당한 평가와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다짐도 내놨다. 건축 관련 유사 심의의 통폐합 및 합리적 심의제도 마련, 실무중심의 건축사교육프로그램 구성, 학술 및 교류 행사의 확대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부산공고를 졸업한 뒤 부산대 도시계획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9년 건축사를 취득한 뒤 2000년 기경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