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 2편 단편영화 제작
- 시민 위한 영화제도 운영
- BISFF 사단법인화되면서
- 영화인협회 역할 크게 위축
- 참여기회 준다면 잘해낼 것

“부산지역 영화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협회 회원들의 권익을 높이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발로 뛰겠습니다.”

연임된 서영조 부산영화인협회장이 9일 부산예술회관 협회 사무실에서 연임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올해 연임하면서 ‘임기 2라운드’를 맞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부산광역시지회(부산영화인협회) 서영조(53) 회장은 9일 부산예술회관 협회 사무실에서 “협회를 영화 창작과 향유 문화의 산실로 육성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1962년 출범한 부산영화인협회는 배우, 감독, 작가 등 3개 분과에 120여 명 회원이 등재돼 있다. 이 중 실제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회원 수는 30명 정도다. 독립영화 제작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2006년 시나리오 작가로 등단, ‘미쁜 영화사’와 시나리오 작가를 양성하는 ‘스토리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부이사장이며, 2016년부터 부산영화인협회 회장을 맡아 3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다.

“부산에 ‘영화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어 부산영화인협회가 마치 거창한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실제 부산은 ‘영화를 소비하는’ 도시로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게 대부분이죠. 영화인협회는 이런 작품들을 생산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서 회장이 부임한 뒤부터 협회는 1년에 1, 2편씩 자체적으로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올해는 부산지역 원로 예술인을 기리는 예인예술제 사업의 하나로 단편영화 2편을 찍었다. 그는 “창립부터 30년 동안 부산영화인협회가 운영해온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가 5년 전 사단법인 체제로 바뀌고 조직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우리 협회 운영의 구심점이 약해졌다. 단편영화라도 찍어 회원들이 영화 제작을 체험하고 창작인이라는 자긍심을 갖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제작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BISFF조직위에 서운한 마음도 내비쳤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 BISFF가 30년 넘게 지속되고, 부산이 영상 도시로 성장하는 데 버팀목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부산영화인협회의 역할 덕분이다. 사단법인 체제로 전환된 이후 협회는 영화제에서 실질적으로 배제됐는데 협회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나 통로를 열어준다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영화 제작 외에 시민을 위한 영화제를 운영하는 것도 협회의 주요 역할이다. 올해로 32회째를 맞는 부산청소년예술제와 부산영화제, 작은영화상영회 등 영화 교육과 공모전을 시행해 영화 정보 교류의 장을 열고 있다. 서 회장은 “영화 감상의 편차를 좁히고 마음껏 영화를 누리고 소통하는 데 작은영화상영회 등의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일하던 30대 초반 갑상샘암이 발병해 교사직을 그만두고 치유하면서 입시학원을 10년간 운영했다. 그 뒤 글을 쓰고 싶어 2006년 부산영상시나리오작가전문교육원 과정에 들어가 1년도 안 돼 ‘KT 디지털콘텐츠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작가가 됐다. 지역 영화 사랑이 유별난 그는 예비 영화인에 대한 애정도 많다. “지역에는 정보나 교류 기회도 적죠. 영화에 대한 꿈이 있다면 당장 조급해하기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내공을 쌓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하겠지요.”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