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습 빠지면 무대서 제외
- 원칙 지키며 진지하게 준비
- 관객도 따뜻하게 반응해줘

- 올해 창단 20주년 맞아
- 16일 ‘탄생’ 주제 연주회

부산 경남 울산을 중심으로 꾸준하고 성실하게 연주해 온 실내악 단체 ‘무지카 비바(Musica Viva)’가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모였다 흩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앙상블 단체의 성격을 생각하면, 더구나 관객층이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은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온 점에 주목하면 무지카 비바의 20년은 더욱 값지다.

‘무지카 비바’ 박경희 음악감독은 “단원들이 70, 80대가 될 때까지 꾸준히 함께하며 성장하고 우리가 가진 재능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빈 기자

창단부터 20주년까지 무지카 비바를 이끌어 온 바이올리니스트 박경희(58) 음악감독을 만났다.

“마음 맞는 동료 두 명과 피아노 트리오로 시작한 활동인데 벌써 20년을 넘었네요. 정식 창단은 1998년이지만, 1995년 즈음부터 무대를 열었어요. 함께 즐겁게 연주하면서 성장하고, 곁에 있는 지역민과 음악의 감동도 나누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창단할 땐 대략 30명의 챔버 오케스트라 수준이었어요. 그 이후 단원과 악기 편성 규모는 변화해왔고요. 지금은 15명 안팎 인원으로 운영됩니다. 곡에 따라, 연주자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활동하죠.”

무지카 비바는 창단 이후 바로크 음악부터 고전 낭만 현대음악까지, 클래식에서 재즈와 탱고까지 다양한 실내악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현악 중심의 클래식 음악 무대가 기본 형태지만 트리오(3인 실내악) 콰르텟(4인 실내악) 퀸텟(5인 실내악)이 다양하게 들어가고, 관악과 성악 건반악기도 필요에 따라 포함된다. 연주자의 성장과 음악적 완성도를 위해 자유롭게 운영되지만, 철저히 지켜지는 원칙은 ‘한 번이라도 연습에 빠지면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앙상블이기에 서로에게 절대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또 그만큼 책임 있게 연주해야 관객이 온전히 감동받을 수 있다. 연주회가 열리기 두 달 전에 연습 일정을 짜고, 독주회만큼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준비한다. 그래서인지 관객 반응이 따뜻하고, 오래 꾸준히 격려해 주는 분이 많다”며 “우리가 가진 재능을 나누는 데 기쁨을 느끼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는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 경남 울산 공연은 물론 미국 몽골 러시아 등 해외 초청 공연도 꾸준히 이어왔다.

20주년을 기념하는 ‘공식’ 정기연주회는 오는 16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탄생’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프랑스 작곡가 구노의 탄생 200주년과 무지카 비바 20주년을 함께 기념한다. 박 감독이 직접 실내악 버전으로 편곡한 ‘마리오네트 장송행진곡’ ‘성 세실리아를 위한 장엄미사’, 오페라 ‘파우스트’의 ‘왈츠’와 ‘병사들의 합창’을 연주한다. 여기에 부산에서 활동 중인 강영화 작곡가가 쓴 무지카 비바 20주년 헌정곡 ‘반음계적 폴카-한 하늘이 열리고’를 초연하고, 관객에게 익숙한 엘가의 ‘사랑의 인사’도 선보인다.

박 감독은 “오는 11월 정기 연주는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준비한다. 올해를 관통하는 우리 키워드가 ‘탄생’이라며 “앞으로도 무지카 비바는 남녀노소, 계층을 뛰어넘어 함께 호흡하고 느끼는 무대를 만들어가려 한다. 새로운 시도와 교류로 실내악 저변 확대와 소통에 힘쓸 생각이다. 음악을 통해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경희 음악감독은 연세대 음대 기악과,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와 인스부르크 시립음대를 졸업했다. 창원시향과 울산시향 악장을 지냈고, 현재 울산대 겸임 교수이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