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년간 사생활 반납하고
- 형편 어려운 학생·장애아
- 주말 공부방 운영 등 공로
- 부산 교육계 첫 수상 영예

- “아이 사랑하면 용감해져
- 내 삶 한순간도 후회 없다”

“37년간 한 해도 빠짐 없이 스승의날을 챙겨주는 쉰 살 먹은 저의 첫 제자들과, ‘선생님 우리 잘하고 있을 테니 걱정말고 다녀오시고, 대통령님과 악수한 손 절대 씻지 말고 오라’는 문자를 보낸 6학년 제자까지, 모두에게 감사하며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제4회 대한민국 공무원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부산 해운대구 해원초등학교 김일영 교사. 김일영 교사 제공

부산 교육계에서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공무원상’ 대통령 표창을 받은 해운대구 해원초등학교 김일영 교사. 학생들에게 ‘하나(일)공(영) 쌤’으로 통하는 그는 교직 생활 38년간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을 돕고, 졸업한 이후에도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았다.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상식에서 김 교사는 전국 80명의 수상자 중 수상 소감을 발표한 3인 중 한 명이다.

부산시교육청에서 배포한 그의 공적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웠다. 2학년 때 뇌종양 수술로 장기간 입원해 5학년이 될 때까지 일반학교를 다니지 못한 A 학생을 6학년 때 일반학급에 전학시켜 대학생 멘토링 연결과 방과후 학습지도 끝에 일반고로 진학시켰다. B 학생의 경우 화재로 가족 모두가 화상을 입고 아버지는 두 다리에 장애를 얻었다는 소식을 듣자 앞장서 모금운동을 펼쳐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장학금을 지원했다. B학생은 현재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다. 발달장애가 있는 C 학생의 도자기 제작 능력을 발견해 공방에서 배울 수 있도록 도왔고, 도자기 개인전도 열어줬다. 이뿐 아니다. 2008년부터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게임중독,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을 비롯해 장애인 등을 위한 주말돌봄공부방인 ‘하나공센터’를 자비로 운영하고 있다. 한부모·다문화 가족 학생, 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해 1년에 8명씩 4박5일 스키캠프도 열고 있다.

이쯤 되면, 그를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수학여행을 떠났다는 김 교사를 지난 16일 전화통화와 카톡으로 인터뷰를 했다. 전화기 너머 그는 왁자지껄한 학생에 둘러싸여 있었다.

	지난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수상 후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한 모습. 연합뉴스

‘어떻게 이 많은 일을 하셨냐’는 질문에 “사생활을 다 반납했죠. 11년 전 해운대 동백초등학교에 있을 때 주말돌봄공부방을 시작했어요. 당시 재개발 전인 AID 아파트의 주민 중 일부는 지원금으로는 이사도 못 간 채 살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아침밥을 거른 채 학교에 왔고 자존감은 낮고,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어요.”

김 교사는 “아이들을 가만두면 안 되겠다 싶어 지인 중 물리·화학을 전공한 사람에게 SOS를 쳤다”고 했다. “공부방이 어디 있나요. 제 차에 태워 저희 집으로 와서 과학실험을 하며 공부에 흥미를 일깨웠어요. 많은 분의 재능기부와 학부모님들의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그가 돌보는 아이들은 부모와 마찰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어떤 엄마는 자녀 때문에 두피에 주사를 맞기도 했다. 친자식도 엄두가 안 나는데, ‘하나공쌤’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이들을 사랑하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용감해져요. 모든 선생님이 맡기 싫어하는 아이도 저희 반에 오면 180도 달라져요. 엄마들과 상담하면서 아이의 문제점과 해결법을 찾아요. 저도 제 은사님께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그 사랑을 대물림 해야죠.”

김 교사는 “국가에 빚지고, 은사님께 빚을 졌다”고 했다. 가난한 미혼모의 딸로, 껌팔이 신문팔이를 하던 초등학교 4학년인 자신을 소리소문없이 지원하고 꿈을 꾸게 하신 이학정 선생님이 계셨기에, 지금 비밀과 아픔이 많은 자신의 제자들을 진심으로 안을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평생을 평교사로, 언제나 13세이고 싶어 11년째 6학년 담임만 맡고 있다는 김 교사. “이 상은 상처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위로가, 건강한 아이들에게는 도전과 희망이, 첫 제자들에겐 기쁨이자 자랑이에요. 상을 받고 돌아온 날 25명 제자의 손편지가 붙은 칠판을 본 감격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평생을 아이들 곁에 있었던 제 삶은 한순간도 후회가 없어요.” 수학여행지에서 제자들과 솜사탕을 먹고, 코니 인형(네이버 라인의 토끼 캐릭터)을 든 채 깜찍한 포즈를 취한 사진 등을 카톡으로 보내온 하나공쌤은 아이들과 함께할 때 가장 빛나는, 13세 소녀였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