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여중생 폭력사건 계기
- 아동권리 인성교육 등 모색
- 작년엔 아동학대 예방 운동
- 올해 부산시 조례제정 추진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외되는 아동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있다. 지역 아동들이 직접 공약을 만들어 부산시장, 시교육감 출마 후보자에게 전달하는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이 그것. ‘통학로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해주세요’ ‘쉬는 시간이 짧아요’ 등 부산에 사는 초등 4학년~고등 3학년으로부터 공약 토론회와 설문조사로 수렴한 의견은 오는 10일 공약발표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 김재춘 소장은 “출산율 제고 못지않게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클 수 있을지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전민철 기자

아동의 참여권 보장을 강조하는 이 캠페인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옹호센터가 진행하고 있다. 아동옹호센터는 아동의 권리 보호를 위한 인식 및 정책 개선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전국 총 8곳이 운영 중이다. 부산에서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2016년부터 이 같은 사업을 해오다 지난 1월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센터 문을 따로 열었다. 부산아동옹호센터의 첫 소장으로 부임한 김재춘 소장을 만나 진행 사업과 앞으로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가 출산율 제고 못지않게 현재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동옹호활동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늦은 감이 있습니다. 아동복지라 하면 경제적 빈곤을 해결하거나 교육 지원의 형태로만 생각하는데, 최근에는 아동의 권리나 꿈을 위해 인식을 개선하고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까지 의미와 역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래에서 온 투표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그 수준이 현저히 낮은 아동의 참여권 보장을 위해 기획됐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전국 243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가 2015년 만든 127개 아동정책의 내용을 아동의 4대 권리인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으로 나눠보면 참여권에 해당하는 정책은 단 1건도 없었다. 아동정책의 대다수는 발달권(42.5%)과 보호권(31.5%)에 치중돼 있었다.

김 소장은 “때때로 아동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의사를 묻지 않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본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동옹호사업은 2, 3년 단위로 중점 사업을 펼치는데 센터가 정식 출범한 올해 어젠다로는 학교폭력 예방으로 잡았다. 지난해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준 부산 여중생 폭력사건이 계기가 됐다.

“지난 2년 동안 진행한 아동학대 예방 프로그램의 연장 선상에서 이번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동학대 예방 사업으로 학급토론회와 아동·부모·전문가 300인 원탁토론회, 토크콘서트 등을 열었고, 지난해 11월에는 부산시의회와 ‘부모교육 의무화’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가졌습니다. 현재 이와 관련해 부산시 조례 제정을 위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직전 5년 동안 광주와 전남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맡았던 그는 “부산은 아동에 대한 후원자의 관심도가 높고 적극적인 편”이라면서도 “아동에 대한 인식 수준은 전반적으로 비슷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동복지 예산이 정부 전체 예산의 1%도 안 되는 가운데 부산시는 아동 1인당 예산이 81만9000원으로 전국 중하위권에 속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민 소득 3만 달러를 앞둔 시점에서 빈곤의 문제는 지금의 정부 보조로 어느정도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먹고사는 이후의 문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아동이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투자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