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공모 거쳐 단장에 임명
- 국회보좌관 교수 등 경력다양
- 세월호 직후부터 깊이 관여

- 선체 세워 조사 등 과제 산적
- 아픈 가족사 영향 유족 편 서

“제게는 운명처럼 다가온 미션이었습니다. 유족들이 내민 손을 뿌리치지 않겠다 다짐했죠.”

온 국민을 아프게 했던 세월호 참사가 4주기를 앞두고 있다.

	지난 1월 선임된 조승우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장은 “유족과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이 이 일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선임기자

당초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맡았던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장직은 지난해 11월 세월호 유골 지연보고 파문이 있은 후 민간에 개방됐다. 공모를 거쳐 지난 1월 단장에 임명된 조승우(56) 단장을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났다. 국회 보좌관과 청와대 외교안보행정관, 한국시설안전공단 본부장 및 부이사장,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 대학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경력을 갖춘 그였지만 가장 필요했던 자질은 유족과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

마침 조 단장은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 4·16 연대 박래군 공동대표 등과의 친분으로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깊이 관여해왔다.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할 때는 동조 단식도 했고, 팽목항과 안산 목포 등을 오가며 유족들의 아픔을 같이했다. 단장직 공모에 응하게 된 것도 유족들의 제안이었다고 한다.

“제 역할은 정부와 피해자 가족들을 잇는 가교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은 ‘갑’이라고들 하는데 이 자리는 ‘을’, 아니 ‘병’쯤 되는 것 같아요.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보듬고, 그들이 토해내는 아픔과 한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는 세월호 참사 관련 조직 정비를 몰고온 지난해 세월호 유골 지연보고 사태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이 오랜 시간 유족들과 함께하다 보니 동조화 현상이 생기고, 일부 판단력이 흐려져 생긴 일 같다”며 “그 지연보고 자체가 큰 문제였다기 보다는 유족들의 묵은 불신 등이 폭발한 계기가 된 듯하다”고 평가했다.

조 단장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유족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구조실패 규명, 선체조사 등을 돕고 있다. 세월호는 앞으로 선체 직립 후 선체조사와 남은 미수습자 수습, 4·16 재단 출범, 선체 보존처리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이달부터는 4·16 4주기 행사와 오는 5월 선체직립 작업 준비로 분주해질 전망이다. 4주기를 기념해 오는 14일은 서울 광화문에서, 15일은 목포, 16일은 안산에서 추모행사를 갖는다. 선체직립은 오는 5월까지 마칠 예정으로, 직립 후 선체조사는 3~4개월 걸릴 것으로 조 단장은 예상했다.

조 단장이 세월호단장직을 운명처럼 받아들인 데는 아픈 가족사도 영향을 미쳤다. 유복자로 태어나 어려운 가정형편 아래 청소년기를 보냈고, 누나 셋을 내리 폐결핵으로 잃었다.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 셋째 누나를 묻고 온 공원묘지에 쓰여 있던 글귀다. 그 뒤로 재난을 당한 사람을 남으로 여기지 않게 됐다. 그렇기에 부처 경영평가위원으로 있을 때도 산업안전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을 상대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여직원들의 백혈병 희생자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며 기관과 설전을 벌이는 등 사회적 약자 편에 서고, 공익을 추구하려 애썼다.

조 단장은 부산 초량 출신으로 동일초, 부산중, 부산동고를 나왔다. 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학사), 고려대 정책대학원(경제학 석사), 서울시립대 대학원(경영학 박사)을 졸업했다. 한국시설안전공단 본부장 및 부이사장 근무를 끝내고 나온 뒤에도 비상경영위원장직을 제안받아 다시 근무하는 등 일처리와 조직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국회 서석재 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이호철 씨 등과 함께 3당합당 반대 성명을 주도했다. 노 전 대통령의 금강캠프 초창기 활동을 같이했고, 부산 강서구 출마도 돕는 등 인연도 깊다. 함께 일해보자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안을 생업 등의 이유로 두 차례나 거절했던 일은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