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장 선출 등 주요 결정에
- 직원 목소리 대변 창구 없어
- 노사 협의 끝에 첫 선임
- “노조원 자격유지·정원 확대
- 공론화해 논의 시작할 것”

대학 학부에서 국문학을, 석사 때 민속학을, 박사 과정에서는 미학을 전공했다. 지역 국립대 국문과와 철학과에서 14년간 강사생활을 하다 영상 다큐멘터리와 비평 관련 전시기획 분야로 뛰어들고,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에서 학예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이하 민주사업회)의 미술·전시 담당이자 부산지역 첫 노동이사라는 직함을 가진 신용철(48) 씨의 경력 스펙트럼이다.

	신용철 노동이사는 “앞으로 노동이사의 노조원 자격 유지, 노동이사 수 확대를 공론화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 토박이인 신 이사가 민주사업회에 입사한 것은 2011년이다. 그는 사회비판적 태도를 지향하며 민중미술에 관심을 기울였고, 민족미술인협회에서 전시기획 일을 하면서 민주공원 전시실을 이용했다. 2009년 민주공원 10주년 대규모 전시 때는 외부 전시 기획위원으로도 일했다. 민주사업회 미술·전시 담당으로 입사한 후 그가 진행해온 민중미술전은 사업회 내부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았다. 신 이사는 입사 이후 전주 온다라 미술관으로부터 집단 기증받은 민중미술 작품 500여 점을 목도하며 보물창고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는 “기증받은 작품 컬렉션은 규모로 놓고 보면 국립현대미술관보다도 많았다”며 “앞선 민주공원 전시에서 민중미술 작품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민중미술전’이라는 타이틀은 사용되지 않았다. 첫 전시회는 소장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치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잠수함 속의 토끼’라는 전시회 타이틀은 작가 게오르규의 표현에서 빌려왔다. 신 이사는 “전쟁터에서 수병이 잠수함에 산소에 민감한 토끼를 태운다. 토끼가 산소 부족 증세를 보이면 곧 사람도 위험해진다며 “특히 오늘날 청년 예술가의 처지가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회차를 이어가면서 민중미술전에 젊은 작가들의 참여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년 변화를 도모한다. 올해 민중미술전은 민족미술인협회의 촛불집회 1주년 기념 전시 순회전의 일환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업무 이외의 영역에서 신 이사는 노동이사에 앞서 2016년 4대 민주공원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2013년 민주공원 예산 사태를 겪으면서 노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노조를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관여했고, 이후 노조위원장을 지냈다”고 말했다. 노조는 첫 2년간 예산투쟁에 집중했고, 신 이사가 위원장을 맡은 해를 포함해 3년 동안 ‘연 3회 이상 정기적인 노사협의와 임단협’이라는 틀을 갖췄다.

민주공원에서는 2015년 이미 노동이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는 “민주공원에서 일하는 이들은 인간에 대한 배려나 민주주의 의식을 기본 소양으로 지녔다. 하지만 관장을 뽑는 임원선출위원회에 직원의 목소리를 대변할 창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임원’이라는 노동이사의 포지션 탓에 일부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노사가 논의를 꾸준히 진전시킨 끝에 지난해 노사협의회의 협의사항으로 노동이사를 두는 것을 결정했다.

임기 2년의 노동이사를 맡고 있는 그의 앞에 놓인 고민은 두 가지다. 신 이사는 “노동이사직을 만드는 데 산파 노릇을 했지만 노동이사의 직함을 달면서 노조원 자격을 잃었다. 독일에서는 노동이사가 돼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지만 국내법은 허락하지 않는다”며 “이는 법령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이기에 우리의 사례를 가지고 좋은 선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감사와 추천이사를 포함해 60명이 넘는 이사회 안에서 노동이사의 수를 늘리는 문제다. 신 이사는 “오는 5월 안에 정기 이사회가 열리면 이 문제를 공론화해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