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엔 피아니스트 꿈꾸다
- 장애인 조카 보며 진로 변경
- 국제학술지 잇단 논문 등재
- 시각장애인오케스트라서
- 10년째 반주하며 함께 활동

음악치료에서 ‘슬프거나 우울할 때 어떤 음악을 들을까요’라는 물음에 모범답안은 없다. 음악마다 장르와 감정의 깊이가 달라서 개인의 선호도와 상황을 고려해 처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음악치료가 최근엔 재활이나 교육의 영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고신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 음악치료전공 박혜영 교수는 “음악치료는 주관적이고 경험적인 ‘음악’과 과학적인 ‘치료’가 만난 근거중심적 활동이다”며 “단순히 심리적 영역뿐 아니라 재활·교육의 영역에서도 데이터를 통한 과학적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신대학교 음악치료전공 박혜영 교수는 “음악치료는 주관적이고 경험적인 ‘음악’과 과학적인 ‘치료’가 만난 근거중심적 활동이다”고 강조한다. 전민철 기자

박 교수는 최근 3년간 국제전문학술지 SSCI급 저널에 단독 혹은 제1저자로 ‘음악 정서 인식 비교 연구’ ‘시각장애인 음악가의 생애사 연구’ ‘시각장애인의 음악태도 및 활용 조사 연구’와 관련 논문을 게재하는 등 음악치료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 3대 인명사전 가운데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 세계인물에 등재되기도 했다.

논문 주제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시각장애인 음악치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지금도 시각장애인이 음악으로 색채를 떠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대학 다닐 때 조카가 태어났어요. 일찍 세상에 나왔는데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각을 잃었죠.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제가 음악치료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어요. 학부 시절 빈 국립음대 연수에서 들었던 음악치료 강의도 인상적이었고요.”

당시 국내엔 음악치료 관련 논문이나 서적이 거의 없어 공부하는 데 애먹었다고 한다. 이화여대에서 음악치료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곧장 서울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에 들어가 장애인 음악치료 임상을 했다. 별도의 치료실도 없이 박 교수가 직접 악기를 들고 맹학교나 일반 가정을 찾아가 음악치료를 진행했다. 이때 첫 의뢰인이 ‘천재 시각장애아동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유지민 양이다.

“남을 돕고자 하는 이타심이 없으면 음악치료사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몸과 마음이 힘들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지민이는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데 큰 동력이 되고 있어요. 첫 의뢰인으로 만나 같이 성장했잖아요. 지민이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저 역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아카데미에 재학 중이에요. 잘 성장해줘서 고맙죠.”

이러한 인연이 쌓이면서 2007년에는 시각장애인인 나사렛대학교 관현악과 이상재 교수와 ‘시각장애인체임버오케스트라(H.V.C.O.)’를 창단하기도 했다. 그는 사무총장 겸 피아노 반주자를 맡고 있다. “우리 오케스트라는 보통의 음악회와 달리 ‘암전 공연’을 합니다. 지휘자가 없으니까 불을 다 꺼버리고 관객들이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공연장이 암전되면 공기부터 달라요. 밀려오는 감동에 눈물을 흘리시는 분도 많고요. 세계 여러 곳에서 초청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영국 런던 공연을 앞두고 있죠.”

고신대에서는 2016년부터 강단에 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신음악치료학회 출범에 힘을 보탰고, 이번 학기부터는 음악치료학과 박사과정을 새롭게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화여대에 음악치료 박사 과정이 생겼을 때 1기로 학위를 따고 연구를 해오면서 이 분야를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다양한 영역에서 음악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