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경영하면서 박사학위
- 일흔 넘은 나이에 재즈도전
- 일본으로 건너가 음악공부
- “침체된 창원산단 살리려면
- 연구개발기능 강화 필요”

“공부는 나의 경쟁력입니다. 기업들도 급변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공부하고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창원상공회의소 최충경 전 회장은 “기업은 돈을 벌어 땅 사고 건물 짓지 말고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렵게 만났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간단명료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창원상공회의소 최충경(72) 전 회장. 그가 공부를 강조한 이유가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무려 8년6개월 동안 수행한 창원상의 회장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 재즈를 배우겠다고 지난 1월 15일 부인과 함께 일본으로 훌쩍 떠났다. 한 달 넘게 일본에서 공부하다 지난달 27일 잠시 귀국한 최 전 회장을 창원국가산단 내 송원갤러리에서 지난 7일 만났다. 송원갤러리는 2012년 최 전 회장이 근로자들에게 문화예술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그는 “재즈 배우러 일본 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의아하게 여겼다. 심지어 일본 도쿄에서 만난 재즈 피아니스트조차 놀랐다”며 “나에게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의 경쟁력은 공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1990년 철강업체 경남스틸을 창업해 바쁜 와중에도 경남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창원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구에서 태어나 창원과 연고가 없었던 최 전 회장이 기업가로, 상의 회장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배경은 끊임없는 공부 덕분이었다.

최 전 회장은 도쿄에 숙소를 구해 오전에는 일본어, 오후에는 피아노와 색소폰, 재즈 이론을 배운다. 재즈는 그에게 낯선 영역이 아니다. 경북중 재학시절 악대부였던 그는 피아노 클라리넷 트럼펫 색소폰을 수준급으로 연주한다. 경남재즈오케스트라를 창단해 기업가가 아닌 재즈 연주자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문화예술을 사랑한 기업가로 유명하다. 그는 “문화예술과 기업 경영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현재의 기업 환경에 꼭 필요한 창의성과 혁신의 영감을 문화예술에서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 화제가 재즈 유학에서 기업 환경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최 전 회장은 봇물 터지듯 의견을 쏟아냈다. 역시 바탕에는 공부가 깔려 있었다. 그는 “예전처럼 무작정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던 산업화시대는 지나갔다”며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고 창의성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업은 돈을 벌어 땅 사고 건물 짓지 말고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에 재투자해야 한다”며 “기업이 발전하려면 한계에 달한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그림까지 제시했다. 그는 “침체된 창원산단이 다시 살아나려면 연구개발(R&D)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창원산단이 거대한 연구개발 단지로 뿌리를 내려야 창원과 경남 전체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권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대를 나와 지방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국가 안보를 위해 분권이 필요하다. 헌법에 분권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 회장과 대화를 나누면 ‘기-승-전-공부’를 되풀이한다. 그는 사람들과 만나면 공부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책을 선물한다. 그동안 그가 선물한 책만 1000권이 넘는다. 평생 공부를 손에 놓은 적이 없었던 최 전 회장은 조만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올해 말까지 배움을 계속한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