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FC 승격 이룬 ‘청부사’
- 이기는 축구 위해 팀 정비

- “궁금증·기대 부르는 경기로
- 가라앉은 축구 열기 재점화
- 아들 그룹 ‘샤이니’ 민호도
- 자주 응원하러 온다 했어요”

“부산은 목표가 분명한 팀입니다. K2리그 우승과 K1리그 승격입니다. 이런 목표가 저를 이끌었습니다.”

	부산 아이파크 최윤겸 감독은 ‘이기는 축구’로 팀을 승격시키고, 부산의 축구 붐을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프로축구 K2리그 부산 아이파크의 지휘봉을 잡은 최윤겸(56) 감독은 인터뷰 내내 ‘우승’ ‘승격’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그만큼 부산의 K1리그 승격은 간절한 목표다.

지난 시즌 부산은 ‘아픔’의 연속이었다. 2015년 강등을 딛고 2년 만에 승격을 노렸으나 물거품이 됐다. 시즌 도중 별세한 조진호 감독 영전에 FA컵 우승을 바치려던 꿈도 좌절됐다.

승격을 이끌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이 필요했던 부산은 주저 없이 최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이미 ‘승격 청부사’로 명성이 높다. 최 감독은 “강원 FC를 승격시킨 경험을 부산이 높이 평가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2015년 강원 FC 감독으로 부임한 최 감독은 2016년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격을 이뤄냈다.

최 감독은 밖에서 본 부산 아이파크가 ‘선망의 팀’이었다고 했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부산은 늘 뛰고 싶은 팀이었다. 인기 구단이었다. 지도자로서도 꼭 한번 맡아보고 싶었던 팀에 오게 돼 정말 설렌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 K2리그에 머물 팀이 아니다. 강원 FC를 승격시켰을 때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이 부임한 직후 부산은 간판선수인 임상협과 이정협을 떠나보냈다. 최 감독의 전력 구상에도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억지로’ 선수들을 붙잡지 않았다. 그는 “승격을 위해서는 절박함이 있어야 하고 모든 선수가 똘똘 뭉쳐 ‘원팀’이 돼야 한다. 이미 마음이 떠난 선수들을 억지로 눌러 앉힌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면서 “기량이 뛰어난 선수도 중요하지만 팀을 위해 헌신하고 팀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선수가 훨씬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감독이 부산에서 찾아낸 가장 큰 문제는 ‘구심점 부재’였다. 최 감독은 “선수들 모두 잘하지만 리더가 없었다. 끌고 가는 리더도 중요하지만 연장자로서 라커룸 분위기를 이끄는 묵직한 리더도 필요하다. 어렵고 중요한 상황에 리더 역할을 할 선수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최 감독은 리더 부재 문제를 풀기 위해 스토브리그 기간 김치우를 비롯해 베테랑을 대거 영입했다.

최 감독의 축구 철학은 ‘팬들을 위한 재미있는 축구’다. 2018시즌에는 이런 철학을 다소 희석시킬 생각이다. 그는 “재밌는 축구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승격이 절실하다. 승리가 필요한 시점에는 실리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며 “선수들에게도 이기는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최근 식어버린 부산의 축구 열기를 되살리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하루아침에 축구 열기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할 순 없습니다. 그래도 이기는 축구,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축구, 다음 경기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갖게 하는 축구를 한다면 떠났던 팬들이 분명히 다시 돌아올 겁니다.”

최 감독이 부산 축구의 붐업을 위해 준비한 ‘히든카드’도 있다. “아들이 부산으로 간다고 했을 때 굉장히 좋아했다. 어릴 적부터 가장 좋아한 팀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허락되는 한 무조건 응원하러 온다고 하더라”고 슬며시 아들 얘기를 꺼냈다. 최 감독의 아들은 인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민호(27)이다. 민호는 최 감독이 강원 FC 지휘봉을 잡던 시절 강원 홈경기에 자주 등장해 많은 소녀팬을 몰고 다녔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