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독자 확보는 소명
- 대학·시민단체 등과 연계
- 문학을 즐길거리로 만들 것

- 계간지·신문 지면 할애 등
- 신인작가 활동 적극 뒷받침

최근 부산작가회의 새 회장으로 선출된 이상섭(57) 소설가는 ‘문학 향유층을 넓히는 것’을 가장 중요한 숙제로 여기고 있었다.

최근 부산작가회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이상섭 소설가가 임기 내 과제와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독자들이 문학을 외면하고 있어요. 예술에서 이것만큼 심각한 일이 있겠습니까. 문학 작품이 안 팔리는 건 물론이고, 문학제를 해도 사람이 안 와요. 영화제하고는 딴판이죠. 이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니아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예요.” 그의 고민은 이런 현실 인식에서 시작한다. “미래 독자를 확보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문학단체가 소명으로 삼고 해나가야 할 사업”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지역 문인단체가 문학 저변 확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그는 시민과 소통을 활발히 하는 청년 문인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데서 하나의 방안을 찾는다.

“지난 4년간 고생한 서정원 직전 부산작가회의 회장 때 작가회의 4개 분과 중 하나인 청년문학위원회가 많은 활동을 했어요. 대학 동아리,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 창작자들과 연계해 공부하고 모임도 하며 꾸준히 소통해왔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의욕을 가지고 하는 일이라 더 잘된 것 같아요. 청년문학위를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 제 임기 내 과제입니다. 우선 소속 젊은 작가들이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그리고 이들이 힘을 내서 대학·시민 동호회와 연계해 작가 초청 행사도 하고 무크지도 만들게 돕고 싶습니다. 부산도 작가가 점점 고령화하고 있어서, 세대가 단절되고 명맥이 끊길 우려까지 있는데, 젊은 문학인이 주축이 돼 문학을 ‘즐길 거리’로 만들 수 있기 바랍니다.”

그는 시민단체나 대학 동아리가 원한다면 소속 작가들의 재능기부를 끌어내 강연을 하거나 작가 초청 행사를 주선하는 등 적극적으로 연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부산·울산·경남 작가들 간 교류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비슷한 지역이면서도 서로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모이고 작품교류도 하면서 눈을 넓혔으면 합니다. 다른 지역의 고민을 듣는 것도 작가에게는 공부가 되니까요. 경남의 경우 지역이 넓어 본의 아니게 소외되는 작가도 꽤 있어요. 그런 작가도 챙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임이나 문학캠프 등에서 새 사람 사귀는 재미가 있으면 문단에도 한 번 더 나오게 되고, 자극을 받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문학 저변 확대만큼이나 ‘창작 활성화 여건 조성’을 중요한 과업으로 꼽았다.

“지역이라는 한계가 있다 보니 등단을 해도 3, 4년 내 문단에서 사라지는 문인이 많아요.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없어서죠. 지면도 없고 청탁하는 곳도 없고. 부산작가회의 계간지인 ‘작가와사회’에 신인 작가를 위한 지면을 더 할애하는 것이나 지역 신문사와 연계해 참신한 특집 지면을 꾸리는 것도 방안이죠. 특히 앤솔로지(선집, 요즘은 대개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아 발간하며, 주제를 통일해 기획성으로 펴내기도 한다) 작업에 무게를 싣고 싶어 적극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이 회장은 창작활동이 잘되려면 ‘정당한 평가’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작업은 당근도 되고 채찍도 되지요. 지난해까지 시, 소설 두 부문만 있었던 부산작가상을 평론과 아동문학까지 세 부문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부산작가회의에 평론가가 많기도 하지만, 평론이 활발해야 창작에 자극이 되거든요.”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