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도선수 출신 연맹회장직
- 엘리트 선수 운동시설 개방
- 누구나 전문 프로그램 수강
- 실업팀 선수 수급 어려워
- 클럽 통해 저변 확대 기대

부산 동래구 사직동 종합운동장 일대는 지역 스포츠의 메카이다. 프로 스포츠뿐 아니라 다양한 체육시설도 자리하고 있다. 생활체육 활성화와 엘리트 선수 발굴이 목표인 부산거점스포츠클럽도 지난해 4월 이곳에 자리잡았다. 엘리트 선수가 쓰는 운동시설을 일반 시민에게 개방해 체육 저변을 확대하고 유망주까지 길러내는 게 목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부산시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부산거점스포츠클럽의 조동준 회장은 16일 “스포츠 복지와 엘리트 유망주 발굴에 힘쓰겠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김종진기자 kjj1761@kookje.co.kr

조동준(64) 부산 거점스포츠클럽 초대 회장은 16일 “첫 해에 건물의 기초를 세웠다면 올해는 골조를 짜고 완성하는 시기”라면서 “조직이 도약할 수 있는 계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중압감이 크다. 선수·지도자·체육행정 경험을 살려 기틀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거점스포츠클럽은 현재 부산·광주광역시와 전북 남원시에서 운영 중이다. 부산은 역도·체조·펜싱·테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을 연 지 아직 1년이 안 됐지만 일반인이 참가하는 거점프로그램과 초·중·고생을 위한 방과후프로그램 수강자가 359명이나 된다.

조 회장은 “누구나 우수한 역량을 가진 지도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내리면 중병이라도 나을 가능성이 커지듯 거점스포츠클럽 지도자들이 운동 처방을 잘 내린다”고 말했다.

역도 선수 출신인 조 회장은 “역도를 하면 키가 안 큰다는 소문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근육이 스프링처럼 압축됐다 늘어나는 것처럼 역도를 하면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3학년에서야 운동을 시작했다. 남들보다 힘이 좋았던 그가 체육관에서 바벨을 들자 당시 관장과 선배들이 서로 나서 선수로 끌어들였다. 조 회장은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1974년 전국체전에서 남자 고등부 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몬트리올올림픽 선발전에서 국내 1위를 했는데 국제 기준기록을 못 넘겨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체계적인 지도를 받지 못해 혼자 무리하게 운동하다가 코피도 자주 쏟았어요.”

그에게 열린 새로운 길은 교직이었다. 한창섬유 역도실업팀에서 선수로 뛰던 중 임용고시 합격 통보를 받고 경남고 체육 교사로 교편을 잡았다.

“선수들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이 컸습니다. 저 자신도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조 회장은 부산역도연맹 회장도 맡고 있다. 부산 역도는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선수단 최우수선수(MVP)이자 유일한 3관왕 황미진(부산체고 2)을 배출하는 등 금메달만 6개를 따냈다. 조 회장은 대부분 그의 제자들인 지도자에게 공을 돌렸다. “요즘 현장에 가보면 제자의 제자도 활동하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은 그는 부산의 역도 발전을 위해 ‘선수 수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업팀이 창단해도 선수가 없어 문을 닫기도 합니다. 거점스포츠클럽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저변을 넓혀 나갈 계획입니다.”

조 회장은 1988 서울올림픽과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역도 종목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마음도 남다르다. 그는 모든 선수에게 선배로서 한마디하고 싶다고 했다. “모두가 메달을 목에 걸 수는 없습니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과정을 즐기고, 결과에 승복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