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연극 현실 다룬 비평집
- 영화 에세이 등 동시 발간

- 애정 있는 작품 SNS에 글
- 냉정한 평가로 항의받기도
- “공연과 비평은 두 개의 바퀴
- 함께 맞물릴 때 판이 커진다”

“현장 리뷰보다 시론을 많이 실었어요. 그동안 부산 연극을 보며 느꼈던 문제점들이죠. 희곡의 문제, 부산시립극단 역할의 아쉬움, 소극장 문화가 지향할 가치, 부산 연극 환경의 현실 등 진단과 개선이 필요한 영역을 중심으로 썼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함께 펴낸 영화 에세이 책은 지난 10년 동안 계간지 ‘문장’에 기고한 글을 묶은 것입니다. 영화는 저의 전문 분야가 아니지만, 내 영혼을 위로하고 성장하게 한 장르인 만큼 애정을 가득 담은 기록이에요. 어쩌다 보니 책 2권이 동시에 나오게 되었네요.”

김문홍 연극평론가는 “앞으로 부산 연극평론가들과 함께 비평 활동에 나서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연극평론가이자 극작가이며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이기도 한 김문홍(73) 씨가 잇따라 2권의 책을 발간했다. 부산 연극의 현실을 다룬 ‘지역 연극에 죽고 부산 연극에 살고’(해성)와 ‘극작가 김문홍 영화 속을 걷다’(북랜드)가 그것. 40년 가까이 부산 연극판을 지켜오며 노장의 대열에 합류한 그가 꾸준히 현장을 챙기는 부지런함으로 쉬지 않고 써온 기록을 한데 묶었다.

그는 부산에서 가장 연극을 많이 보는 평론가로 꼽힌다. 공연이 열리는 소극장 객석에는 어김없이 그가 앉아 있다. 그는 ‘페이스북 비평’으로도 연극인 사이에 유명하다. 작품을 보고 나면 꼼꼼하고 자세한 장문의 비평을 써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 때문이다. 작품 비평이 평론가의 역할이라지만, 크지 않은 부산 연극판에서 잘 알고 지내는 동료를 냉정하게 평가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항의 전화를 받은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는 “후배들과 얼굴도 익히고 소통하기 위해 더 열심히 극장을 찾는 편이다. 보고 난 뒤, 좋았던 공연을 중심으로 리뷰를 쓴다. 좋은 공연은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평론가로서의 사명감이 있다. 애정이 가는 작품을 선정해 아쉬운 점도 함께 쓰는데 그 점을 서운하게 여긴 이들이 전화를 걸어오곤 했다”며 “부산 연극에 대한 애정으로 생각해 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저서 ‘지역 연극에 죽고 부산 연극에 살고’는 그런 그의 생각이 그대로 담겼다. 1997, 2002년에 이어 세 번째로 펴낸 연극비평집으로 서울 위주로 운영되는 국내 연극계를 비판하며 ‘지역 연극은 죽었지만’ 여전히 ‘부산 연극은 활력이 있다’는 뜻을 반영했다. ‘부산 연극의 현재와 미래’로 시작해 부산연극제, 부산 연극의 역사, 연극이 지역과 상생하는 방법, 소극장 운동 등 연극계 현안을 두루 짚었다. 작품 비평도 일부 수록했다.

그는 “연극 공연과 비평은 연극이라는 수레를 움직이는 두 개의 바퀴이고, 함께 맞물려 돌아갈 때 연극 지형도가 넓어지고 연극판이 커진다”며 “내 개인의 예술적 관점과 가치관에 따른 기록이지만, 애정과 관심으로 여겨주고 함께 건강한 부산 연극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평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부산에서 활동 중인 10명 안팎의 평론가를 모아 ‘부산연극평론가협회’의 재출범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며 “비평 매체 출간, 비평가가 선정한 작품상 시상 등으로 연극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계획을 덧붙였다.

김문홍 평론가는 1945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1974년 부산교대를 졸업해 2004년까지 교직에 몸담았다. 1976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중편소설이 당선돼 소설가로 등단했고, 1980년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해 30여 편을 공연했다. 현재 부산공연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