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 철학 바탕으로 교육사업 관심
- 대학생 지원 집중·진로 응원
- 사회적기업·장학재단 설립 꿈

“1993년 처음 회사 문을 열 때 300만 원으로 시작했습니다. 다 잃는다 하더라도 300만 원만 잃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렵게 살아온 만큼 그동안 번 돈을 우리 사회를 밝히는 데 쓰고 싶습니다.”

	올해 첫 아너 소사이어티로 가입한 김경민 씨피시스템㈜ 대표이사는 “기부로 느끼는 행복을 확산하기 위해 주변 기업인에게도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김경민(64) 씨피시스템㈜ 대표이사가 2018년 무술년 첫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연초 공동모금회에서 열린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식 날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보람된 날”이라는 김 대표를 지난 12일 부산 기장군 정관면 씨피시스템㈜ 대표이사실에서 만났다. 그는 여전히 그날의 감동에 젖은 모습이었다. “공동모금회에서 내 인생 얘기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 동영상을 만들어 보여줬습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함께 간 아내와 딸도 눈물을 흘렸지요. 이번 일을 계기로 가족들과도 나눔의 기쁨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 그는 이러한 나눔을 ‘기부’라고 생각하기보다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라고 강조해왔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성장하고, 힘들게 사업을 일구면서 소외계층이라도 우리 사회가 조금만 도와주면 낙오되지 않고 좋은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가 교육 사업에 특히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의 생명력은 기술개발”이라면서 “사람도 올바른 교육을 통해 근본을 바꾸고 사회 안에서 올바른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기부 철학을 밝혔다.

그 중에서도 김 대표는 대학생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10여 년 전 동사무소에서 초·중·고등학생을 교육 지원하는 사업은 많은데,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은 입학금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서다. 그래서 먼저 지인의 추천으로 대학생 한 명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시혜적 기부가 아니라 배려를 강조하는 만큼,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원룸 보증금과 월세, 등록금 등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최근 다른 학교를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성적표를 보니 그래도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보여 알겠다고 했습니다. 열심히 사는 데도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해서야 되겠습니까. 돈 걱정 없이 원하는 미래를 찾게 해주고 싶어 바뀐 진로도 응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장학재단 설립에 대한 꿈도 전했다. 미래의 손주에게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할아버지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부모님이 6·25전쟁 시절 북한에서 넘어와 친척도 없고, 가족에게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만 재산을 나누고 사회를 위해 쓰겠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언젠가 나도 장학재단을 만들어 이 사회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장학재단이 장기 계획이라면, 단기적으로는 사회적기업 설립을 구상 중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사회공헌 활동이 자신의 만족뿐 아니라 주위에도 울림으로 다가가길 바랐다. 최근엔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계기로 주변 기업인에게 ‘아너소사이어티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기부에 뜻이 있는 몇 사람에게는 벌써 추천을 했고, 기업인 모임에 나가서도 적극 홍보할 생각이다. “여행 갈 때 좋은 여행사가 있으면 주변에 소개시켜주잖아요. 기부를 해보니까 그 행복감이 크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려고 합니다.”

경남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김 대표이사는 1993년 회사를 설립하고 전선보호용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39세 ‘늦깎이 기업인’으로 3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해 지금은 직원 70여 명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당시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공장 자동화가 시작되면서 전선보호용 체인 기술 트렌드가 메탈에서 플라스틱을 바뀌고 있다는 점에 착안, 해외 기술을 국산화하면서 업계 1위는 물론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