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인의 현인 정책회의 배석
- 자유로운 의견 개진 위해
- 의사록은 익명으로 처리

- 월례회의 8번으로 축소
- 연 4회 경기전망과 연계

“이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개최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죠. 그런데 금통위원들은 입수 가능한 최신 정보를 활용해 경제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선택을 하기 때문에 실제 회의장 분위기는 긴장감이 있습니다. 금통위원의 발언 순서에는 규칙이 없기 때문에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거든요.”

한국은행 장정석 금융통화위원회실장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연 8회 개최는 다른 나라가 우리를 선례로 삼는 등 안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용우 기자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은 6년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사상 최저 수준(1.25%)으로 내려갔던 금리가 방향을 전환하자 언론은 ‘저금리시대는 끝났다’고 대서특필했다.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돈의 흐름을 좌우하는 곳이 바로 한은 금통위다. 의장인 한은 총재와 함께 단 7명의 위원이 그 역할을 한다. 이 ‘7인의 현인(賢人)’을 보좌하는 한은 장정석(48) 금융통화위원회실장을 최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금통위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정하는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통방회의)를 1년 동안 8번 개최한다. 금통위원 5명 이상이 출석해 과반수가 찬성하는 방향으로 기준금리가 정해진다. 회의 내용은 2주 뒤 공개되는 의사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발언자는 익명으로 처리돼 있다. ‘한 금통위원은’ ‘또 다른 금통위원은’ ‘일부 위원은’과 같은 식이다. 실명으로 할 경우 금통위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소신 있는 정책 결정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이 회의에 배석자로 참여하는 장 실장은 “많은 사람이 의사록을 보면서 발언자를 궁금해한다. 자리배치와 관련성을 찾는 이도 있지만 무관하다”면서 “ 의사록에 실리는 발언 순서는 무기명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도록 실제 발언 순서와 다르게 섞는다. 의장인 총재가 정하는 발언 순서도 회의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발언자를 유추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매달(12번) 열렸던 통방회의는 올해 들어 횟수를 줄였다. 4번은 금융안정회의로 진행하고 있다. 그는 “통방회의 연 8회 개최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연 4회 발표하는 경제전망과 연계성을 높여 통화정책을 하자는 취지”라면서 “시장에서도 변화를 잘 받아들였고 이스라엘, 칠레 등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를 선례로 삼는 등 제도가 안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내년 통방회의는 1월 18일을 시작으로 2월 27일, 4월 12일, 5월 24일, 7월 12일, 8월 31일, 10월 18일, 11월 30일에 한다.

부산 출신인 장 실장은 내성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주립대(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대학생이던 1988년, 한은 독립성 보장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러 학교를 방문한 한은 직원들의 모습을 본 것이 입행의 계기가 됐다. “한은 직원은 지식만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죠. 그 기억이 한은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1991년 한은에 입행한 뒤 국제국, 금융시장국, 조사국 등 주요 부서를 거친 그는 지난해 7월 한은 본부 국실장 중 최연소로 금통위 실장으로 부임했다. 그가 금통위실에서 근무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 금통위실에 있었던 것은 2007~2009년이었는데,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죠. 금융위기 전에 금리를 올렸다가 위기 이후 금리를 내렸습니다. 대개 금리는 일정 기간 추세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조정되는데,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짧은 기간 동안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변곡점을 지켜보았죠.”

공교롭게 현재도 한동안 내림세에 있던 금리가 방향을 바꾸는 시점에 금통위실에 있게 됐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님들이 경제여건에 적절한 정책 결정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미소지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