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국제선원 선원장
- 2007년 ‘색즉시공…’입문
- 중·단편 92편 제작·65회수상
- 성경 바탕 기독교 영화
- 가톨릭신자들도 큰 호응
- 불교·공자 소재 영화도 준비

“20년 전부터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았습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영화라는 매체로 보여주면 아주 효과적이고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죠.”

조계종 선원장인 유영의 감독은 “‘산상수훈’은 동굴 속에 모인 신학생이 신에게 던지는 질문과 답을 그린 영화”라고 소개했다. 김정록 기자

모두가 화합을 원하는 이 시대에 스님으로서 기독교 영화를 만든 유영의 감독의 말이다. 대한불교조계종 국제선원 선원장인 대해 스님으로도 알려진 유 감독이 연출한 ‘산상수훈’(개봉 오는 7일)은 동굴 속에 모인 8명의 신학생이 신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그린 영화다. 동굴 속에서 대화만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신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성경을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철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영화의 ‘영’자도 모르던 유 감독은 2007년 단편영화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시작으로 무려 92편의 중·단편영화를 만들며 각종 영화제에서 65회 수상했다. “제가 깨달은 인간의 본질을 바탕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삶을 아름답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생명교과서라 할 수 있는 ‘108생명법’을 만들고, 관련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야기하거나 읽는 것보다 영상으로 보여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도한 것이 ‘색즉시공 공즉시색’이었는데, 당시에는 캠코더 사용법조차 잘 몰랐어요. 영남대 부근 자취방에서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5분30초의 애니메이션 같은 단편영화를 만들었죠.” 이 영화가 여러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후 ‘엄마가 준 선물’ ‘무엇이 진짜 나인가’ ‘화엄경’ ‘황금조씨’와 같은 단편영화를 연출하며 유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첫 장편영화인 ‘산상수훈’은 4대 성인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인 ‘소크라테스의 유언(2012)’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4대 성인을 통해 하고픈 이야기는 무엇일까? “성인들은 인간의 본질을 말합니다.그들의 말을 빌려 영상으로 만들면 제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본질을 인정해줄 것 같았어요. 본질은 같은데 문화나 관습, 역사에 따라 본질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죠. 그래서 서로 다른 종교를 믿지만, 이면에 있는 본질은 똑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경북 경산시 성불사의 법당으로 사용하는 동굴을 빌려 15일간 촬영한 기독교 영화인 ‘산상수훈’은 지난 6월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인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스펙트럼 부문에 초청받았으며, 제4회 가톨릭영화제에 초청받아 화제를 모았다. 스님이 성경을 통해 신의 말씀을 이야기한다니, 기독교계(개신교와 가톨릭)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참 좋았어요. 해외 영화제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기독교 영화라서 가치가 있다고 하더군요. 국내에서도 가톨릭 신자들이 성경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줘서 통쾌하다고 합니다.”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인 김용해 신부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성서적 답변을 했다는 점이 반갑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전 영화들은 신도들이 배우도 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저예산으로 연출했지만 이번 영화는 타 종교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고, 장편이라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8명 신학생을 이끄는 중심적 인물 도윤 역에 배우 백서빈을 캐스팅했으며, 카메라 조명 녹음 등도 전문가들과 작업했다. 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다.

유 감독은 ‘산상수훈’을 개봉한 이후 사람의 본질을 일상을 통해 보여주는, 불법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불교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4대 성인 프로젝트의 세 번째로 공자에 관한 영화도 대기하고 있다. 이들 영화를 통해 유 감독은 ‘모두가 아름답고 푸르게 사는 삶’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고자 한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