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인 수직주탑과 달리
- 몸을 젖혀 로프 당기는 형상
- 앵커리지까지 거리 줄여
- 수백억 원 공사비 절감

- 긴 럭비공 모양의 케이블
- 3차원 방식으로 가장 견고

“우리나라 최초로 시공한 3차원 방식의 현수교 건설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어 무엇보다 기쁩니다. 하루 100여 명이 투입돼 수백 ｔ의 구조물을 만지면서 사고가 없었던 것에 감사하며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문남규 ㈜GS건설 현장소장은 “가칭 제2남해대교 공사로 우리나라 토목기술이 선진국 수준임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와 하동을 잇는 (가칭)제2남해대교 건설을 담당하는 ㈜GS건설 문남규(54) 현장소장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는 2015년 봄부터 건설공사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9년에 착공한 이 다리는 ‘찔끔 공사’로 더디게 진행되다 지난해부터 속도가 붙었다. 지난달 16일에는 초미의 관심사였던 상판 연결을 끝내고 현재는 공정률 84%를 보이며 마무리 단계에 있다.

문 소장은 이 다리의 특징에 대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경사주탑을 설치해 케이블의 장력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이 케이블을 3차원 방식으로 가설해 바람에 견디는 내풍 저항성을 늘리면서 교량의 안정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공법을 적용해 안전하고 아름다운 외관을 지녔고 공사비도 절약한 첨단 교량을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 자랑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다리에 적용된 경사주탑은 일반적인 수직주탑 공법의 현수교와 달리 육지 쪽으로 8도 정도 뒤로 드러누운 모양을 하고 있다. 줄다리기를 할 때 곧게 서서 줄을 당기는 것이 아니라 몸을 뒤로 젖혀 로프를 당기는 형상이다. 이 공법은 주탑에서 케이블을 지지하는 구조물인 앵커리지까지 거리를 15ｍ 정도 줄일 수 있고 앵커리지의 크기도 11% 축소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곳에 설치된 앵커리지 하나에 콘크리트 2만6000㎥가 들어가 무게만 5만6000ｔ에 이른다.

다리가 건설되는 남해군 쪽 현장에는 노량터널이 가까이 있고 하동군 쪽에는 접속도로가 곡선으로 이어져 있다. 경사주탑 시공이 아니었다면 앵커리지까지 거리가 늘어나고 터널이나 곡선도로의 선형을 변경해야 해 수백억 원의 공사비가 더 들어갈 뻔했다. 주탑의 위치도 바다에 시공되던 기존의 현수교와 달리 육지에 설치해 공사비 절감과 해상오염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직경 52.5㎝의 케이블은 긴 럭비공 모양의 3차원 방식으로 시공됐다. 문 소장은 “평면 상태의 교량 상판을 케이블이 비틀면서 감싸 안은 형상이면서 경사주탑이 반대편으로 끌어당기는 힘까지 더해 현수교를 가장 견고하게 지탱하는 공법”이라고 말했다.

광양에서 제작된 상판은 모두 59개로 이뤄져 있다. 육상에 설치되는 측경간은 크레인과 지지 로프를 이용해 해상에서 육지부로 끌어당기는 방식으로 시공했고 다른 50여 개의 상판은 해상에서 대형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면 기술자들이 볼트나 용접으로 상판과 상판을 연결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그는 “길이가 90ｍ인 중앙 상판은 무게가 280ｔ에 달해 2000ｔ급 초대형 크레인이 들어 올려 연결했다”며 “노량해협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공사여서 바람이나 기온 등의 날씨 변화를 걱정했지만 다행히 조그마한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경북 영천 출신인 문 소장은 경북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부터 현수교나 사장교 등 특수교량 건설현장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경사주탑 공법의 현수교로 건설되는 이 다리는 우리나라의 토목기술이 선진국 수준임을 입증하는 하나의 상징물이 됐다”며 “내년 2, 3월께 시작되는 가설물 철거작업을 무사히 마쳐 늦어도 6월에는 개통될 수 있도록 마무리 공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