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에서 7년째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무료 치과 ‘나눔과 열림’은 중증 장애인의 구강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다. 젊은 의료인 중심의 의료자원활동 단체인 ‘행동하는 의사회’가 2010년 처음 문을 열었다.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운영되는데, 임플란트나 교정을 제외한 치과진료가 전액 무료다. 문을 열기 전부터 환자들이 줄을 서는 것은 당연한 일. 입소문을 타고 사람이 몰리면서 올해부터는 기초생활수급자인 1급 장애인으로 환자를 제한해야 할 정도다. 개원 멤버이자  7년 동안 나눔의료를 이어오고 있는 행동하는 의사회 부산지부 이승준(41) 이사를 만나봤다.

“최근 행동하는 의사회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7년 동안의 나눔과 열림 활동을 정리해봤습니다. 그동안 제공한 무상진료를 금액으로 환산하니 지난해에만 1억2450만 원 정도더군요. 총 609번 문을 열었고, 무료진료 환자 수는 5634명이었습니다. 등록된 환자만 지금 803명이에요. 스태프 한 명 한명이 나눔에 대한 소신과 자부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죠.”

경남 진해에서 개인 치과를 운영하는 이 이사는 주 2회 나눔과 열림을 오가는 일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식사하는 게 즐거워졌습니다. 덕분에 몸도 건강해졌어요”라는 환자들의 말이 자신을 7년 동안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라고 한다. 

“중증 장애인은 치아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치과를 가더라도 일부 의료진의 미숙한 대처는 재방문을 주저하게 만들죠. 우리 병원은 외려 이들을 반갑게 맞아주니까 편하게들 찾아옵니다. 빈손으로 오기 미안해서 먹거리나 화분, 책을 선물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저도 좋은 기분을 안고 돌아갈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현재 이곳의 스태프는 치과의사 5명, 치위생사 4명, 자원활동가 14명, 학생 20명이다. 매주 2회 또는 그 이상 생업을 미루고 나눔과 열림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임대료나 재료비 등 연 5000만~6000만 원의 운영예산 역시 이들을 포함한 430명의 후원금과 행동하는 의사회 장애인치과발전기금으로만 충당한다. 이 이사는 “정회원인 의료인은 교회의 십일조처럼 개인 수익의 10% 기부를 원칙으로 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그만두는 분들이 있어 융통성 있게 운영하려고 한다”며 “의료인 및 자원봉사자의 자발적 기부와 참여로 운영되기 때문에 인적 경제적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조용히 활동하다가 최근 홍보를 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부의 관심과 지원을 확보하고 진료참여자를 발굴해 더 많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 2년 동안 장애인주치의사업에 선정돼 2000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공공영역에서 이보다 더 많은 부분을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궁극적으로는 부산시 공공영역으로 흡수돼 더 많은 자원활동가와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재정적인 독립을 하게 되면 한발 더 나아가 시도해볼 수 있는 영역을 찾으려고 해요.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6-501-351550 (예금주 행동하는 의사회)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