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운드 오브 서울’ 총괄기획
- 영도조선소 등 마을소리 녹음
- 깡깡 소리로 삶의 이면 살펴
- 특정지점 선택하면 소리 들려
- “듣는 것, 새 세상 경험 기회”

“바다와 배, 사람이 있는 영도 깡깡이마을의 소리에 푹 빠져 있어요. 소리를 통해 그곳의 공간과 사람을 재발견하는 매력이 크거든요.”

영도 깡깡이예술마을의 사운드 프로젝트로 ‘깡깡이 소리 지도’를 작업 중인 전광표 작가가 “깡깡이마을만의 매력적인 소리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소리문화연구소 전광표 사운드 디자이너(이하 작가)와 영도 깡깡이예술마을이 색다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깡깡이마을의 소리를 채집해 마을 지도를 만드는 사운드 프로젝트 ‘깡깡이 소리 지도’가 그것이다. 서울의 소리를 채집해 일상의 이면을 재조명한 ‘사운드 오브 서울’을 총괄 기획한 전 작가와 문화예술과 도시재생을 접목한 깡깡이예술마을이 만나 ‘소리’로 도시를 재발견하려는 시도다. 지난 6월부터 깡깡이마을에서 소리 지도 작업 중인 전 작가를 만났다.

“지난 5개월간 깡깡이마을 곳곳을 다니며 공간을 살피고 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보통 깡깡이마을이 소음이 심하다고 하잖아요. 각종 배 부품을 동원해 배를 수리하느라 시끄럽기 때문이죠. 그러나 만약 이곳에 소음이 없다면 어떨까요. 마을 주민이 일이 없어 생계가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까요? 기계 소리를 소음이라 여기는 것은 한쪽에서만 본 시선이죠. 저는 세상 소리에 다 이유가 있고, 그렇기에 소음은 없다고 봐요. 이번 작업이 기계 소리 가득한 깡깡이마을의 이면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깡깡이 소리 지도는 마을 곳곳에서 채집한 소리를 마을 지도에 집어넣어 소리를 들으며 공간을 살펴보는 작품이다. 전 작가는 수리조선소 공장 식당 경로당 등을 찾아다니며 소리를 녹음했고, 다음 달 마을에서 채집한 소리 일부를 넣은 지도를 공개할 예정이다.

“소리 채집에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마을의 소리를 녹음한다고 무작정 마이크를 들이밀 수 없잖아요. 마을을 거닐며 이곳만의 소리를 발견하고, 사람과 사물이 내는 소리를 받아들이기 위한 교감이 필요합니다. 프로젝트 완료 기간을 고려해 다음 달 선공개하지만, 내년 상반기가 되어야 완전한 소리 지도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운드 오브 서울’은 웹사이트에 지도를 펼쳐놓고 특정 지점을 클릭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깡깡이 소리 지도는 실물 지도를 제작하고, 특정 지점을 선택하면 그곳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합니다.”

전 작가가 발견한 깡깡이마을의 소리와 매력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정만영 사운드 설치 작가의 제안으로 깡깡이 소리 지도를 제작하게 됐는데, 해안가에서 작업은 처음입니다. 이곳은 마을과 바다가 겹쳐져 묘한 매력이 있어요. 변덕스러운 바다와 전쟁을 견딘 부산만의, 거칠지만 또 사람 냄새 나는 분위기가 있어요. 다만, ‘깡깡이’ 소리가 사라져 그것을 채집할 수 없는 게 아쉬워요. 배가 들어오는 것을 알리는 소리(‘깡깡’)가 아름다웠을 것이란 상상만 하죠.”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 작가는 1998년부터 사운드 레코딩과 음향 작업을 하며 오랫동안 소리를 녹음했다. 계원예술대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전공하고 다양한 공연에 사운드 디자이너로 참여하며 자신만의 소리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의 창작집단 ‘예술집단C’의 공연에 참여한 적도 있다. 그는 깡깡이 소리 지도 외에 전 세계의 소리를 채집할 ‘사운드 오브 어스’도 준비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해 소리를 총괄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특히 사람이 내는 소리의 이면을 연구해 소리 문화를 발견하는 데 집중하고 있죠. 저는 인간이 다양한 감각을 가졌음에도 시각에만 집중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다른 감각을 열면 자기 생각도, 재능도, 하고 싶은 일도 더 많아질 테고, 더 다양한 각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텐데요. 깡깡이 소리 지도를 통해, 보는 것이 아닌 듣는 것으로 세상을 새롭게 느끼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