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국 정부 관계 냉각으로
- 2014년부터 민간에서 추진
- 인간적으로 교류하며 성과
- 사무국·부산시 지원에 감사

- 이달 말 전시회·축하공연
- 부산 브랜드로 육성 포부

지난달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국과 일본의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는 소식이었다. 부산문화재단과 일본 NPO법인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가 2012년부터 추진해 5년 만에 이룬 성과로, 정부 기관이 아닌 한일 민간이 협력해 거둔 쾌거다.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한국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실무를 진행한 부산문화재단 박승환 문화유산팀장을 만나 소감을 들었다.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실무를 맡은 박승환 한국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빛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여러 사람 덕분에 좋은 성과를 얻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유네스코 발표 일주일 전부터 유네스코위원회, 문화재청, 일본 언론 등을 통해 분위기를 확인했는데, 채널마다 말이 달랐습니다. 그때부터 매일 ‘악몽’에 시달렸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아 한숨 돌렸습니다.”

박 팀장은 2013년부터 문화재단에서 조선통신사 업무를 맡았고, 2014년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노력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한국 측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추진위는 학술위원회와 실행위원회로 업무를 나눴는데, 문화재단 문화유산팀(옛 국제협력팀)이 사무국이 되어 각종 회의 주재와 행정적 지원을 했다.

“2014년 한일 관계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민간 차원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2년여간 12차례 학술회의를 열고 긴장된 상태에서 일을 진행했죠. 서로 견해차가 있다 보니 회의를 열었다 쉬길 반복하며 몇 시간 보내는 게 허다했고, 한일 관계가 나빠질 때마다 마음 졸이기 일쑤였죠. 일본 측과 인간적으로 교류하면서 한국 입장을 대변해야 할 때는 갈등도 많았고요. 그때마다 밤에 술 한잔하며 풀고, 견뎠습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처음 진행하다 보니 실무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전국 여러 기관에 흩어져 보관돼 있어 해당 기관에 동의를 구하고 사용 협조를 얻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국과 일본 추진위, 학술위, 사무국 모두 팀워크가 좋았던 덕분에 해낼 수 있었어요.”

그는 일본과 팀워크를 다질 수 있었던 계기로 ‘캠핑’을 꼽았다.

“제가 캠핑을 좋아해요. 대마도에서 캠핑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현지에 제안했는데, 마침 그쪽에서도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고민하던 터라 관심을 가지며 급속도로 친해졌습니다. 옥신각신할 때도 있었지만, 캠핑을 계기로 마음의 벽을 허물고 돈독해졌어요.”

박 팀장은 쉴 짬도 없이 곧바로 다음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 오는 24일 부산시청에서 조선통신사 관련 전시를 시작하고, 2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념 축하 공연을 연다.

“애초 9월쯤 유네스코가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일정이 늦어져 행사를 제대로 준비하기 어려웠어요. 25일에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잘 담은 공연을 선보이고, 일본 쪽 유명 공연팀을 초청해 중구 광복로에서 조선통신사 행렬 겸 공연을 펼칠 예정입니다. 일본 조선통신사 연고지 주요 인사들도 부산을 찾아 화합의 장을 만듭니다.”

박 팀장은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2009년부터 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자신과 함께 묵묵히 일한 사무국 직원을 비롯한 여러 사람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사무국에서 묵묵히 일한 직원들과 부산시의 간섭 없는 지원이 큰 힘이 되었어요. 조선통신사는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가치가 충분해 이를 소재로 한 오페라, 뮤지컬, 춤 등의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가 더 중요하며, 그래서 더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