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간 운영 부산항 관제탑
- 노후 시설서 어려움 겪다가
- 최근 조도서 혁신지구로 이전
- 최신 장비로 모니터링 강화
- 5년 내 연안 VTS 8곳 확대
- 열악 근무 환경 개선은 숙제

부산항을 오가는 선박의 눈과 귀인 부산항 해상교통관제(VTS, Vessel Traffic Service) 센터가 최근 부산 영도구 조도에서 동삼혁신지구로 이사를 했다.

김명학 부산항 VTS 센터장은 “열악한 환경과 사고 직전의 상황 속에서 관제사들의 피로도가 크다”고 강조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VTS는 레이더·선박자동식별장치(AIS,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초단파 무전기(VHF, Very High Frequency)를 이용해 선박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충돌·좌초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고 항해 정보를 제공하는 바다의 관제탑이다. 비상 사고 때는 해경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실시간 교신으로 초동 조치를 하는 1차 컨트롤타워 역할도 한다. 부산항 VTS 센터는 다대포항 목도에서부터 동쪽으로 기장군 동암마을 앞 해상까지 700여 ㎢ 면적의 바다를 책임진다.

김명학 부산항 VTS센터장은 17일 “오랜 기다림 끝에 새 집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25년 전 공직에 입문한 그는 1999년 마산 VTS 센터 근무를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해상교통관제 업무에 투신해온 베테랑 관제사다.

지난 4월 부산항 VTS 센터장으로 부임한 그는 첫날부터 한국해양대 옆 조도 꼭대기에 있는 초라한 관제센터가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1998년에 준공된 센터의 노후화가 심각했던 탓이다. 김 센터장은 “20년 사이 부산항을 오가는 선박이 급증하면서 관제 업무가 대폭 늘고 전자해도 등 장비도 다양해졌는데 조도 건물은 그대로였다. 장비에서 새어 나오는 열에 관제실이 후끈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옛 VTS센터 관제실 크기는 새 건물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비좁았다. 그는 “신축 센터 이전으로 해양 안전 정보의 양적·질적 향상, 실시간 정보 제공 확대,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선박 모니터링 강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부산 VTS의 새 출발과 함께 관제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통제해야 하는 위험 상황도 덩달아 늘어 업무는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라며 “사고 예방과 양질의 항해 정보를 제공하는 관제사의 업무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항 VTS센터 22명의 관제요원은 7, 8명이 한 조가 돼 3교대로 365일 밤낮 없이 근무한다. 하루 평균 관제 선박은 500여 척에 달한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부산항 물류의 숨은 조력자들인 셈이다. 그는 “충돌 등 사고 직전 상황이 잦아 긴장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심하다. 여성 관제사들은 생리주기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관제사의 업무가 고된 만큼 보람도 크다고 말한다. 그는 “대부분의 관제사가 사고 위험에서 벗어난 선박들이 무전기 너머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할 때 보람을 느낀다. 사고를 예방하고,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는 뿌듯함은 고된 업무를 이어가는 힘이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세월호 참사를 겪었기 때문에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을 하며 일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부산항을 오가는 배들의 눈과 귀가 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경은 2022년까지 연안 VTS센터 8개소를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인력 증원이 필요한 탓에 대규모 신규 채용도 예정돼 있다. 현재 전국 18개 VTS 센터에는 모두 380여 명의 관제사가 3교대로 근무 중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