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부터 BMIMF 통솔
- 다채로운 프로그램 도입
- “관객 수와 수익 중요치 않아
- 깊이 있는 예술 선보이는 게
- 공공단체 예술인들의 사명”

제8회 부산마루국제음악제(이하 BMIMF)가 지난 9일 일주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세계 각국에서 온 수백 명의 음악인이 오케스트라, 실내악으로 부산 곳곳을 물들였다. 2014년부터 BMIMF를 끌어온 백진현(54) 집행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들었다.

백진현 부산국제마루음악제 집행위원장은 “클래식 음악 공연은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정빈 기자

백 위원장은 2010년 BMIMF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에 참여하며 탄생 전부터 함께했다. 이승호 초대 추진위원장이 임기를 마무리한 2014년 두 번째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됐으며, 부산음악협회와 운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던 혼란기를 극복하고 김상용 공동조직위원 등과 사단법인 BMIMF를 출범시켰다.

BMIMF는 총회, 공동조직위원장, 자문위원회, 이사회, 집행위원회, 예술위원회 등의 조직을 갖췄지만 적은 예산 탓에 최소한의 인력이 실무를 맡고 있다. 예술감독을 겸하는 백 위원장은 “사무국장과 함께 공연 기획부터 연주자 섭외, 후원자 발굴, 축제 홍보, 진행을 모두 맡아 매년 정기총회(1회)와 집행위원회·예술위원회 회의 (3·4회)를 거쳐 결정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백 위원장이 BMIMF를 맡은 4년 동안 프로그램은 눈에 띄게 다채로워졌다. 해외 오케스트라나 챔버 오케스트라가 1, 2회 연주하던 것을 해외 오케스트라 2개 팀이 부산을 찾는 것으로 키웠고, 공연 횟수도 배가량 늘렸다. 국·시비 4억 원으로 국내외 연주자의 30여 개의 음악회를 여는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외에는 비사회주의 국가에서 연주한 적 없는 쿠바국립교향악단과 MOU를 체결해 초청 가능성을 열었다. 백 위원장은 연주자와 관계를 잘 맺어두는 것을 비결로 꼽았다. “첫해 부임했을 때 한 오케스트라가 갑자기 펑크를 냈어요. 제가 수석 객원지휘자로 있는 중국 톈진심포니오케스트라에 도와달라고 했더니 자기네 공연까지 취소하고 부산으로 와줬어요. 그때 인연의 소중함을 깨달은 뒤로 BMIMF에 참여하는 모든 연주자와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진심으로 대해요.”

BMIMF는 오케스트라 공연 7개와 앙상블 공연 2~4개 외에 해외 연주자를 앙상블로 만들어 지역 고등학교와 대학을 찾아가는 ‘아웃리지 콘서트’, 지역 음악인을 조명하는 ‘부산 음악인 시리즈’, 세계적으로 드문 협연 경연대회 ‘콘체르토 갈라 콘서트’, 어린이를 위한 ‘키즈 클래식’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백 위원장은 “클래식 공연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하는 클래식은 ‘재현의 예술’입니다. 현대음악을 하지 않는 이상 베토벤의 생애가 변하지 않고 작품도 변하지 않죠. 문제는 시대, 사람, 지역, 정서에 따라 예술적 세계관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그것에 맞춰 관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콘셉트를 제시해야 합니다.”

BMIMF 메인 공연의 객석 점유율은 90%를 웃돌지만, 백 위원장은 관객 수와 수익을 중시하는 것을 경계했다. “우리 존재 이유는 클래식 발전을 이루고 문화 시민을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클래식 공연장을 찾게 하는 것이 목적이죠. 하지만 관객 수가 문화 공연의 질적 평가의 잣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입니다.” BMIMF 티켓은 최고 3만 원대로 저렴하고, 초·중·고교생과 음악을 전공한 대학생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학생 아카데미 티켓’도 제공한다. 백 위원장은 “클래식 저변은 깊이 파면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실력을 쌓아 깊이 있는 예술을 선보이는 것 역시 공공단체에 있는 예술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며 BMIMF의 공익성을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맨해튼 음악대학원, 하트퍼드대 음악대학원 등을 졸업하고 국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부산예술대와 신라대 교수를 지냈다. 현재 동서대 대학원 교수와 중국 톈진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객원지휘를 맡고 있다. 최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