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간 KBS 라디오 진행
- 정형돈·아이유 등 가르쳐
- 한국 정답문화 실력향상 막아
- 유창한 발음 강박관념 깨고
- 교재 없이 즐기는 것이 중요

매일 새벽 K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되는 굿모닝팝스(Good Morning Pops·이하 GMP)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어 방송이다. 특히 영어청취에 목마른 사람들에게는 단비같은 프로그램으로 인식된다. 방송 진행자의 유창한 영어실력과 아침 잠을 깨우는 하이톤의 목소리도 이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비결로 꼽힌다. 이근철 언어문화연구소 대표. 올해 초까지 10년간 GMP를 진행했던 그는 청취자들에게 목소리가 더 익숙하다.

이근철 언어문화연구소 대표는 “유창한 영어발음에 대한 강박관념을 깨고 생각을 바꾸면 영어 말하기가 한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영어 방송 진행자 중 한 명이다. 정형돈 아이유 유인나 등 연예인들의 영어 선생님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부터 10년 이상 공부했는데도 왜 영어를 못할까요?” 지난 8일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만난 그에게 기자의 궁금증부터 물었다. 이 대표는 “한국의 정답문화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정답문화가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가장 가벼운 단어부터 시작되는 영어의 특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영어책을 외워서 쓰겠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영어가 늘지 않는 것이다. 정답이 아니면 불안하고 불안하니 말이 안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는 ‘수업을 듣다. 시험을 본다’고 하지 않느냐. 그런데 이 말을 영어로 그대로 번역하면 아마 외국인들은 빵 터질 것이다. 한국에서는 선생님이 정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질문도 하지 않고 그대로 외우고, 시험에서 정답을 확인만 하기 때문에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본다’라고 하는 것이다. 정답이 있어야만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영어 능력 향상을 막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은 목표 설정’과 ‘장면 연상’을 영어 울렁증 극복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작은 목표를 세우고 조금씩 성공을 맛보면 영어 실력이 금방 늘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형돈이나 아이유 등 연예인들을 대상 영어 교습의 예를 들면서 “수업을 할 때 교재가 없다. 우리가 원어민인 우리말을 할 때 외워서 하지 않고 그냥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게 장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장면을 연상하지 않고 글자를 보고 이야기하려고 하면 영어가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식 발음을 유창하게 해야 영어를 잘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것을 깨야하는데 남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한국사람들의 특징은 ‘내 영어 발음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를 본다. 그러면 행복감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줄어든다. 즐겁게 자주 작은 목표들을 성취하고 나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오래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대학이나 기업체, 지방자치단체 등의 특강도 중요한 일정이다. 그는 부산 울산 경남의 대학이나 기업 등에도 여러 차례 특강을 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경기도 수원 출신인 그는 “부산 쪽 문화가 영어 학습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부산이나 이쪽 사람들은 처음에는 고집들이 좀 있다. 저렇게 하면 영어가 될까 할 정도로 고집을 부리는데 한 번 인정하면 금방 확 받아들이는 성향이 강하더라”고 치켜세웠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긴 했지만 이 대표는 순수 국내파다. 한 번도 유학을 다녀오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를 많이 봤고, 음악을 좋아해서 팝송도 많이 들었다. 즐겁게 배워서 좋은 기운이 이어졌다”고 자신의 영어 공부 비결을 공개했다.

“영어를 잘한다 못한다는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문제다. 생각을 바꾸면 영어가 한결 편해질 것이다.” 이 대표는 영어 학습자들에게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