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웨어 벤처 경험 바탕
- 中企 지원 개선 포부로 입사
- 부산서 중앙은행 독립 첨병
- 금융위기 후 신생 부서 맡아
- 시장 참여자와 소통역 수행
- 정보제공 공간 ‘박기도’ 정비

“물가가 안정된 상태에서 견조한 성장과 고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중앙은행인 한은을 이해하고 신뢰하며 격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들이 한은의 ‘박기도’를 자주 찾는 것도 미래에 좋은 나라를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근철 한국은행 커뮤니케이션국 국장은 “외환위기 당시 한은이 독립·중립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면 상황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기자

한국은행 커뮤니케이션국 하근철(56) 국장을 최근 서울 중구 한은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이끄는 커뮤니케이션국은 2012년에 만들어진 신생부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면서 중앙은행들도 어려운 전문용어나 애매한 시그널보다는 시장참여자는 물론 일반 국민도 체험 등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하 국장은 한은이 일반 국민과 소통하는 관문으로서 ‘박기도’를 재정비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기도(博記圖)는 최근 문헌정보학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라키비움(larchiveum)’을 의미한다. 즉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의 역할을 키워 일반 국민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부산 경남중(당시 토성중), 해동고, 부산대(경제학), 서울대 대학원(경영학 석사)을 졸업한 그는 1987년 한은에 들어왔다. PC가 보급되기 전인 1980년대 중반, 대학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함께 소프트웨어 벤처회사를 운영했던 경험이 한은에 입사하는 계기가 됐다.

“제가 회사에서 경영과 자금조달을 책임지는 역할을 했는데, 당시에는 기술을 평가해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제도가 없어 애를 먹었습니다. 한은의 중소기업지원제도가 있었지만 결국 시중은행이 담보나 매출실적을 바탕으로 대출하니 유명무실했고요. 당시 한은 면접에서 입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중소기업자금 지원제도를 바꾸고 싶다고 했죠. 그 대답 때문에 다들 떨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제가 뽑힌 걸 보면 한은이 세간의 인식과 달리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수용하는 보기 드문 직장이었다고 봅니다.”

그의 첫 발령지는 부산이었다. 한은 부산본부가 현재 남구 문현동으로 이전하기 전 중구 대청동에 있던 때다. 신입직원 시절부터 ‘중앙은행의 독립이 경제민주화의 첩경이다. 한은이 중립적·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도록 헌법에 명시하고, 5·16 쿠데타 직후 개악된 한은법을 다시 되돌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그는 이후 조사국에서 한은법 개정 초안을 만드는 실무 담당자로 일했다. 1998년, 외환위기가 온 뒤 IMF의 권고로 한은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벗어나 중립적으로 정책결정을 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됐다.

“당시 외환위기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물가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의 투자·자금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중앙은행이 일찍이 독립적·중립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되새기곤 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다시 찾아 온 글로벌 위기 시 업무 처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 국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시 국제국에서 외환보유액 관리, 외화유동성 지원, 선물환포지션 등 외환건전성 제도 도입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