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명 스탠딩 객석 갖추고
- 연주회·창작 복합예술공간
- 금정구 금사공단에 터 잡아
- 신인 인디밴드 등 육성하고
- 춤·연극·사진 예술가도 지원
- 내년엔 독일 밴드 초청 공연

복합예술공간 ‘예술지구_P’는 공단에 있다. 어울리지 않을 듯한 장소에 예술이 들어선 것이다. 부산 금정구 금사공단에 있는 파낙스그룹의 욱성화학이 창고로 쓰던 건물을 재건축하고 무상 임대하면서 탄생했다. 국내에서 중소기업이 순수 예술 창작 공간을 조성한 사례는 드물다.

이호섭 금사락 대표는 “밴드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활용해 재능이 있는 신인 인디밴드가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빈 기자

2014년 공식 개관 전부터 줄곧 건립과 운영 등을 맡아온 이호섭(50) 예술지구_P의 공동 대표 겸 금사락 대표를 만났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수도권에서 건축업에 종사하던 이 대표는 2013년 예술지구_P 건축을 담당하며 부산에 왔다. 예술지구_P는 전방위예술극장 ‘금사락’, 사진 미디어 공간 ‘포톤’, 미술 영화 설치 조각 등 예술가를 위한 ‘창작공간_P’로 나뉘는데 평소 밴드 활동 등으로 음악을 즐겨온 이 대표가 금사락 운영을 맡고 있다. 금사락에는 500명을 스탠딩 객석에 수용할 수 있는 콘서트홀과 밴드 합주가 가능한 스튜디오, 녹음과 뮤직비디오 제작·편집이 가능한 레코딩룸, 악기 레슨실, 회의실이 있다.

이 대표는 고교 시절부터 지금껏 음악을 놓은 적이 없다. 그는 1985년 메탈 밴드 ‘신디케이트’를 결성해 부산 인디 밴드 1세대 베이스 주자로 활동했고 ‘선사시대’ ‘아카시아’ ‘옥타브’ 등에서 활동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서울 홍대에서 ‘모나드 ’밴드를 만들었다. 2013년에는 고교 동창들과 4인조 ‘우남 밴드’를 결성했고 최근에는 신디케이트를 재결성했다. 그는 “남에게 보일 전문가 수준이 아니라 취미 삼아 즐긴다”고 했지만 자선 공연 무대에 서거나 음원 작업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다.

이 대표는 금사락을 ‘레이블’(뮤지션들과 함께 음반을 기획하고 내는 곳)로 발전시키고 있다. 2014년부터 밴드를 선발해 연습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음원 녹음과 음반 발매를 지원하는 ‘밴드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운용해 지금까지 제이비드, 카우칩스, 하쿠승호, 곡두, 별하, 최준서, 자하나, 라펠코프, 이동진이 지원받았다.

이 대표는 자비를 들여 밴드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제가 제대로 음악을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나 대리 만족 심리도 있지 싶다”며 솔직하게 답했다. “원래 콘서트홀만 운영할 생각이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밴드 ‘모나드’에서 활동했던 보컬 박정민 씨를 만났어요. 음악적으로 존경할 만큼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음반 제작이 뜻대로 되지 않아 음악을 아예 놔 버렸더라고요.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까웠죠.”

밴드 스타트업만으론 부족했다. 좋은 음악도 알려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단 생각이 들었다. “EBS 공연 프로그램 ‘공감’을 보니까 저도 모르는 밴드가 나와 생각지도 못한 좋은 실력을 선보이더라고요. 잘하는 밴드는 많은데 대중과 접할 방법은 제한적이에요. TV가 가장 효과적이죠.”

그래서 부산에서 음악 방송을 만들 방법을 찾던 중 지난해 KBS 라이브 공연 프로그램 ‘올댓뮤직’에 출연할 뮤지션을 추천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는 적극적으로 응했고 부산의 실력파 뮤지션들이 지난해 7월과 지난 6월 ‘올댓뮤직- 금사락 친구들 이야기’를 공개 녹화했다. 금사락은 ‘밴드 스타트업’ ‘올댓뮤직 공연’ 외에도 춤 연극 사진 미술 등 예술가를 위한 ‘상주 단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콩나물극단, 극단 고춧가루부대가 거쳐갔다.

앞으로는 밴드 스타트업을 확대하고, 뮤지션 교류도 늘릴 계획이다. 내년 2월 독일 밴드 레이지(RAGE)가 첫 해외 밴드 기획공연으로 금사락 무대에 오른다. 이 대표는 “금사락의 콘서트홀은 전국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냉난방 기기를 켜지 않아도 시원하고, 음향시설, 대기실, 부대시설 등이 완벽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전인권 신촌블루스 최민수 한영애 등이 금사락 콘서트홀에서 공연했다.

힘든 점은 없을까. 이 대표는 “처음부터 알고 시작했지만 분명한 건 적자라는 것이다(웃음). 하지만 뮤지션이 행복해 보일 때 ‘계속할 만하구나’ 느낀다. 장르나 지역에 관계없이 좋은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