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부산 전통시장 지원
- 40여 개 골목시장은 소외
- 할인행사·이벤트 등 도울 것

- 시장 현대화 후 임대료 올라
- 법안 촉구 등 대책 마련할 것
- 젊은 상인 인센티브도 시급

“전통시장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장소인 동시에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입니다. 중소형 시장들까지 우리 상인연합회가 보살펴야 하는 이유이지요. 자그마한 시장들의 목소리까지 귀 기울이고 상인들이 즐거운 부산 전통시장으로 만들겠습니다.”

박헌영 신임 부산시상인연합회장은 “정부 지원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시장 자체적으로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성효 기자

지난 8일 제4대 부산시상인연합회장으로 취임한 박헌영(60) 신임 회장은 ‘중소형 전통시장 지원’을 자신의 임기 내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부산의 225개 전통시장 대부분이 지자체나 중소기업청 인증을 받고 각종 지원을 누리고 있지만, 40여 개의 골목시장은 어떠한 예산 지원도 얻지 못한 채 급격히 쇠락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 신임 회장은 “동네 골목에 자리 잡은 시장들도 그 자리에서 어머니 때부터 명맥을 이어온 지역의 역사와도 같은 곳이다”며 “상인연합회 차원에서 할인 행사나 이벤트를 할 수 있도록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더불어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설 현대화 사업과 같은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의 과실이 일부 건물주에게만 쏠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쾌적한 쇼핑 환경을 위해 아케이드를 설치해 주는 등 환경 개선을 해주면 실제 상인이나 종사 직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가치가 높아지면서 건물주만 이득을 본다는 얘기다. 그는 “전포동 카페거리와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우리 전통시장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며 “한 시장의 경우 아케이드를 만들면서 건물 가격이 2억 원이 올랐는데, 그에 따른 임대료 인상 압박을 버티지 못한 상인은 쫓겨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통시장 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시설 투자만 할 게 아니라 이러한 문제점까지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신임 회장은 “그동안 정부가 2006년부터 전통시장특별법으로 전국에 들이부은 예산만 3조6000억 원이 넘는데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상인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며 “상인연합회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을 촉구하고, 전국 연합회에도 안건을 상정하는 등 우리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세대교체기에 놓인 전통시장의 현실에 대한 고민도 풀어놨다. 한국전쟁 때 터를 닦은 상인 대부분이 70세를 넘기면서 청년 상인들의 전통시장 진출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줄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육성하는 청년몰도 취지는 좋지만 장사가 잘 안 되는 2, 3층 빈 점포만 주다 보니 제대로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신임 회장은 “구포시장의 경우 상인의 30%가 2세대로 바뀌는 등 전통시장 전체가 과도기를 맞고 있다”며 “이들이 뿌리내리고 계속 시장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책을 강구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정부 지원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 스스로 마인드를 바꾸고 영업 방식을 개발하는 등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잊지 않았다. 그동안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 등 관련 지원책을 펼쳤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평가다. 장사를 하면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자문을 구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들여 지원을 해줘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헌영 부산시상인연합회장은 1999년부터 부산 구포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하면서 상인회 총무를 맡아오다 최근 8년 동안 이곳 상인회장을 역임했다. 부산시상인연합회에서는 3년 동안 수석부회장을 해오다 이번 선거에 단독 출마해 4대 상인연합회장으로 당선됐다. 박 신임 회장은 이 밖에도 전통시장 주차장 도입 및 확충, 대형마트 출점 규제 활동, 전통시장 현대화 시설 개·보수 지원 제안, 부산시상인연합회 상인회관 건립 등을 주요 정책으로 밝혔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