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공연 수백회 올린 베테랑
- 갤러리 노후 시설 정비하고
- 운영 방향 논의 세미나 거쳐
- 젊은 작가 프로젝트 진행 중
- 학예사 모집·예산 증액 과제

부산 사하구 을숙도문화회관은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문화회관 중 ‘발군’이라고 평가받는다. 자체 기획력을 키워 저렴하면서 수준 높은 공연을 꾸준히 선보이기 때문이다. 을숙도문화회관은 그동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궤도에 오른 기획공연과 함께 시민과 공감하는 기획전시 만들기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3월 기존 전시실을 리모델링한 ‘갤러리 을숙도’를 개관하고(본지 지난 3월 21일 자 22면 보도) 3번의 기획전시를 열었다. ‘갤러리 을숙도’ 실무를 총괄하는 을숙도문화회관 이성섭(49) 무대예술계장을 만났다.

이성섭 을숙도문화회관 무대예술계장은 “관청의 분위기가 나지 않도록 전시실의 명칭을 ‘갤러리 을숙도’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이 계장은 행정직 공무원이지만, 2013년 2월 을숙도문화회관에 발령받은 뒤 문화예술 전문 공무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까지 3년 이상 을숙도문화회관 공연 기획을 담당했다. 대학가곡제, 찾아가는 음악회, 청소년 렉처 콘서트, 힐링 콘서트 등 기획공연을 해마다 100회나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 7월에는 전시 업무를 맡는 무대예술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연 못지않게 기획전시를 강화하고 싶다는 을숙도문화회관 송필석 관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서부산은 미술 전시 수요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여건이 바뀌었습니다. 강서구 명지동 신도시에 젊은 부부가 많이 이주해 새로운 수요가 생겼죠. 내년엔 부산현대미술관, 강서문화예술회관 등 신규 문화시설이 잇따라 개관하면서 새로운 문화 환경도 조성됩니다. 변화하는 환경 요인을 분석해 공연과 전시를 결합하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겠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섰습니다.”

의지는 있었지만, 당장 기획전시를 할 여건은 안 됐다. 2002년 개관한 전시실은 주로 공간이 필요한 시민과 단체에 대관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에 시설은 노후했고 심지어 도난과 작품 손상 방지를 위한 CCTV조차 없었다. 이 계장은 “리모델링 공사비를 확보해 CCTV를 설치하고, 조명을 교체하고, 페인트칠을 했다”며 “이름도 관청 분위기를 최대한 뺀 ‘갤러리 을숙도’로 바꿨다”고 전했다.

시설만 갖춘다고 기획전시를 ‘뚝딱’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갤러리 을숙도’에 적합한 기획전시 방향을 찾아야 했다. “발령 직후부터 지역의 30여 개 화랑, 부산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경주 예술의전당 등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하고 조언을 들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세미나를 열어 전문가들에게 ‘갤러리 을숙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었죠. 그 결과 전시 공간이 절실한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전시가 개관전으로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공모를 통해 20명의 작가를 선정했고, 그들에게 올해 말까지 단체전·개인전을 열어 주는 ‘부산사랑 젊은 작가 프로젝트 2017’이 탄생했습니다.”

지난달 오페라 축제에서 선보인 을숙도문화회관 자체 제작 오페라 ‘윤흥신’과 연계한 역사전시 ‘다대첨사 윤흥신 장군과 임진왜란’전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공연장 앞 사진전 정도로 기획했는데, 점점 욕심을 내다 기획전이 됐어요.(웃음) 무작정 국립진주박물관과 부산 사상생활사박물관을 찾아가고, 이영식 인제대 박물관장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획전을 성사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갤러리 을숙도’에는 과제도 많다. 이 계장은 “수준 높은 기획전시를 꾸준히 열기 위해서 전문 학예사(큐레이터)가 필요하다”며 “을숙도문화회관 개관 후 처음으로 기획전시 예산을 확보했지만, 앞으로 증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